싸움은 지식경제부와 환경부 사이에서 먼저 시작됐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통계 작성과 배출권 거래제 등의 사업이 서로 자기 것이라고 다퉜다. 벌써 수개월째다.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하자 최근엔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다. 통계 전문성을 내세운 통계청과 기획재정부가 새로 뛰어들었다. 국토해양부도 “수송, 교통 분야는 내 몫”이라며 숟가락을 올렸다.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해야 할 녹색성장위원회조차 기후변화센터를 설립해 직접 사업을 챙기겠다고 나섰다. 다툼이 정리되기는커녕 2파전에서 5파전으로 확전됐다.
이런 모습은 공무원 사회의 속성을 답습하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 ‘공무원이 가장 열심히 일하는 시기는 예산을 늘리거나 조직을 확장해야 할 때’라는 것은 이미 정설이 됐다. ‘조직 안에서 가장 유능한 직원은 다른 부처와의 밥그릇 싸움에 투입된다’는 것도 법령에 나와 있지 않을 뿐 관가의 불문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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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부처가 샅바싸움을 벌이는 동안 정작 중요한 과제는 방치되고 있다. 녹색성장위는 이르면 다음 주 차관회의를 열어 주무부처를 정하기로 했다. 다음 달 중 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을 마련하고 4월부터 사업을 시작한다는 시간표를 마련했다. 그러나 시간표를 지킬 것으로 철석같이 믿는 부처는 없다. 주무부처를 정하는 일이 차관회의로 해결될 리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결국 장관이 나서고 국무총리나 대통령이 나서야 영역다툼이 해결된다는 게 이들의 공감대다. 지난 정부 때도, 지지난 정부 때도 그랬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도대체 관료들은 무엇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인지 묻고 싶어진다.
김용석 사회부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