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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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餘震)은 잔인하다. 지진의 상흔이 아물기도 전에 찾아오고, 찾아오고, 또 찾아온다. 12일 리히터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했던 아이티는 지진이 발생한 지 2주가 지났지만 여진의 공포가 계속되고 있다. 여진이 무서운 이유는 상처 나고 아픈 곳만을 골라 또 때리기 때문이다. 지진이 크게 일어난 바로 그 부위에 정확히 여진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여진이 방출하는 에너지는 첫 지진으로 지반이 쪼개진 단층면을 따라 전달된다. 갈라지지 않은 단단한 지반을 새로 쪼개기보다 이미 쪼개진 지반을 따라 움직이는 편이 힘이 덜 들기 때문이다. 지진이 온 길을 따라 여진도 따라온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진으로 건물이나 지반이 붕괴된 지역은 여진이 발생했을 때 2차 붕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여진의 에너지가 크면 첫 지진으로 쪼개진 단층면이 확장되기도 한다. 종이를 찢을 때 갈라지는 선이 계속 연장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신진수 지진재해연구실장은 “첫 지진과 달리 여진은 피해를 입힐 지역을 예측할 수 있다”면서도 “붕괴 현장 주변의 안전한 지역도 단층면이 확장되며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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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전문가들은 아이티에 약 200차례의 여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전에 발생한 비슷한 규모의 지진도 크고 작은 200차례의 여진이 뒤따른 바 있다. 그런데 여진은 횟수가 많을수록 오히려 안전할 수 있다. 숫자로 표현되는 지진의 규모는 에너지가 10배 올라갈 때 1씩 커진다. 즉 규모 6.0의 여진은 규모 4.0의 여진 100개가 일어나는 것과 같은 셈이다. 신 실장은 “남은 에너지가 하나의 여진으로 집중되기보다 붕괴를 유발하지 않을 정도로 작은 여진이 여러 개 일어나 에너지가 분산되는 편이 피해가 적다”고 설명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