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온아, 임영철 감독.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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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베이징올림픽. 석연치 않은 심판판정으로 결승진출이 좌절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헝가리와 3·4위전 종료 1분전 33-27로 앞서고 있었다. 동메달이 확정적인 순간이었지만 임영철 감독은 작전타임을 불렀다. 그리고 “언니들은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다”는 말과 함께 김온아(22)를 오성옥(38)으로 교체했다. 1분 후 오성옥은 코트 위에서 눈물을 펑펑 쏟으며 4차례 올림픽에서 함께한 태극마크와 작별했다. 그리고 노장은 “다음 올림픽에서 후배들이 금메달을 따주리라 믿는다”는 마지막 말과 함께 김온아를 바라봤다.
김온아는 어린 시절부터 핸드볼 천재였다. 세계최고수준을 자랑하는 한국 여자 핸드볼에서 고교시절 이미 국가대표 수준이라는 찬사 속 2007년 효명건설(현 벽산건설)에 입단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만난 임영철 감독의 훈련은 혹독했다. 아니 눈만 마주쳐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웠다.
이듬해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에 뽑혀 태릉선수촌에 들어간 김온아는 훨씬 더 엄해진 국가대표 임영철 감독과 다시 마주했다. 작은 실수에도 불호령이 쏟아졌다. 핸드볼 천재는 태어나 처음으로 핸드볼 때문에 남몰래 눈물까지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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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 핸드볼큰잔치 결승전. 벽산건설은 김온아가 8골 5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삼척시청을 제치고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임영철 감독은 MVP에 뽑힌 김온아를 “롱슛, 페인팅, 리딩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최고의 선수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온아는 “감독님께 처음 칭찬을 받았다”고 수줍게 웃으며 또 한번 도약을 다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