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개혁-군부 불만 달래기도
○ 화폐개혁 이후 혼란스러운 내부 단속용
북한이 새해 들어 대남 무력시위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은 진작부터 북한 내부에서 잇따라 나왔다. 이달 중순 제3국에서 북한 당국자를 만난 한 대북 소식통은 최근 동아일보에 “지난해 화폐개혁 이후 물가가 크게 올라 내부 혼란이 심하며 지도부가 이를 수습하기 위해 서해에 긴장을 조성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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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북한은 미국 및 남한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는 대외 정책 전환기에 내부 기강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단속하기 위해 대남 무력 도발을 감행하는 경우가 잦았다”고 말했다. 북한 지도부가 이번 도발을 통해 지난해 11월 대청해전 패배로 땅에 떨어진 군의 사기를 진작시키려 했을 가능성도 크다.
○ 미국 및 남한과의 대화 기선제압 의도
이번 무력시위는 미국 및 남한과의 대화가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의 표시로도 해석된다. 북한은 6자회담 복귀의 조건으로 미국에 평화협정 체결과 제재 철회 약속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북한이 먼저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북한은 한반도의 서해가 남북한의 총격이 오가는 분쟁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해 6·25전쟁 당사국들 사이의 평화협정 체결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자신들의 남북관계 관련 요구에 순순히 응하지 않는 남한에 대한 응어리를 해소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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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해에도 1월부터 대남 공세를 강화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북한이 처한 대외 환경이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이번 공세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남북 및 북-미 관계의 진전을 꾀하고 있다.
군은 북한이 이날 NLL을 넘지 않도록 해안포의 포신 각도를 조절한 것 등을 들어 ‘저강도 도발’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화폐개혁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심화와 후계문제 등 내부 위기가 악화되지 않는다면 북한은 한쪽으로는 국제사회의 대화와 지원을 요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제한적인 무력시위를 단행하는 강온 양면의 ‘투 트랙’ 전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