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로 인천 연극계에 작은 파문이 일면서 남구의 행정편의적인 문화정책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공개경쟁 입찰과 문화시설운영위원회 심의 등 정당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극장 운영자 교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연극 전용극장의 설립 취지가 크게 퇴색된 데다 수십 년간 가꿔온 문화자산이 홀대받아 연극인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인천 연극의 산실인 돌체 소극장은 1979년 경인전철 동인천역 인근의 싸리재고개에 있던 얼음공장에서 시작됐다. 마임계 2세대에 속하는 최규호 씨 부부는 1983년 돌체 소극장을 연극 전용 소극장으로 전환시킨 뒤 이곳의 마임극단을 중심으로 30년 가까이 수많은 연극인을 배출해 오고 있다.
돌체 소극장이 중구에서 남구로 이전해온 뒤 시민들의 문화 향수를 달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해왔다. 시민참여 연극 프로젝트, 1000원으로 즐기는 소극장 영상, 소극장 순례 등 여러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또 기획공연과 정기공연을 수시로 펼쳤고, 매년 세계 10여 개국의 연극팀을 초청하는 ‘인천 국제클라운마임축제’를 14회째 이어오고 있다.
남구는 ‘공개 모집’이라는 미명 아래 이런 문화콘텐츠를 유지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구는 이번 공모에 앞서 소극장 운영자격을 ‘전문 극단’에 한정하지 않고 개인 및 법인으로 확대하도록 조례를 슬며시 개정했다. 새 운영주는 남구 산하 다른 소극장을 운영하는 비영리단체다. 이 소극장은 돌체 소극장과 같은 창작 프로그램을 선보이지 못한 채 주민문화학교, 교양강좌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문학동 소극장이 여타 주민복지센터와는 질적으로 다른 ‘주민친화적인’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