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4일 개봉 의형제前국정원 요원과 간첩 이야기무거운 주제 밝은 톤으로 펼쳐
장훈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의형제’에는 데뷔작 ‘영화는 영화다’처럼 여배우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총각인 장 감독은 “다음에는 꼭 여배우 주연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원대연 기자
“장남이에요. 대학(서울대 시각디자인학과)을 마친 뒤 무턱대고 영화판에 뛰어들었을 때 친구들이 한결같이 말렸어요. 수입 거의 없다, 고생만 하다가 사람구실 못하게 될 거다….(웃음) 가진 것 없고 아는 것도 없어서 겁 모르고 뛰어든 겁니다.”
‘의형제’는 파면당한 국가정보원 요원 한규(송강호)와 북한 남파공작원 지원(강동원)의 기이한 동거를 그린 첩보액션영화다. 두 배우의 얼굴로만 가득 채운 포스터처럼 영화는 송강호의 연기력과 강동원의 매력에 많은 부분을 의존한다. 하지만 장 감독의 이야기 엮는 솜씨도 전작 ‘영화는 영화다’(6억5000만 원)보다 다섯 배 늘어난 제작비만큼 좋아졌다. 억지스러워 보일 수 있는 전 국정원 요원과 간첩의 콤비플레이를 깔끔하게 풀어냈다.
‘의형제’는 익숙해진 ‘추격자’ 스토리를 휴머니즘으로 변주한다. 파면당한 국가정보원 요원 한규(가운데)와 북한의 남파간첩 지원(아래)은 차츰 쫓고 쫓기는 자 이상의 ‘관계’로 얽혀간다. 사진 제공 영화인
“할리우드 키드를 자처하며 비디오에 빠져 살았던 적도, 영화 관련 책을 열심히 읽은 적도 없습니다. 졸업 후 취직할 마음을 접고 나서 김기덕 감독님을 찾아갔죠. ‘뭐든 경험해보고 나면 그걸 하고 싶은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거다’라며 일을 맡겨주셨어요.”
‘사마리아’ 연출부 막내로 처음 출근한 날이 2003년 10월 1일. 부모에게는 다음 영화 ‘빈 집’을 마치고 나서야 사실을 고했다. 공부 잘하던 아들이 좋은 대학 나와 번듯한 직장 다닐 생각을 안 했다는 걸 뒤늦게 안 부모는 서운해했다.
“죄송했죠. 하지만 대학 때 고민했던 삶에 대한 질문을 사회인이 됐다는 핑계로 내려놓고 싶지 않았습니다. 디자이너가 사무실이나 술자리에서 ‘인생이 뭐냐, 인간이 뭐냐’ 얘기하지 않잖아요. 영화는, 일 자체가 그런 대화입니다.”
“늘 ‘이 영화가 마지막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나는 이런 감독’이라고 선을 긋기 싫습니다.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싶거든요. 존재감 없던 꼬마였던 내게 ‘영화라는 확성기’는 정말 엄청난 선물이죠. 전생에 좋은 일 좀 했나 봐요.”(웃음)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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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의형제’ 캐릭터영상
영화 ‘의형제’ 메이킹영상_콤비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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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의형제’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