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 검색대 경고음이 울렸지만 그는 웃으면서 통과했다밀반출 도운 경찰 2명 적발 경찰청, 공항대장 직위해제… ‘공항근무 3년 총량제’ 도입
공항세관과 경찰에 따르면 서 씨는 21일 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유 경위의 집에 찾아가 1kg짜리 금괴(4000만 원 상당) 30개를 건네며 “(금괴를) 공항 출국장 보안 검색대를 통과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이어 유 경위는 자신과 같은 과에 근무하는 김 경사를 불러 “금괴를 밀반출해 달라. 총대를 메주면 500만∼600만 원을 주겠다”며 금괴를 넘겨줬다. 김 경사가 ‘세관·출입국관리·검역구역’ 출입증을 갖고 있어 별도의 검문검색을 받지 않고 출국장을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김 경사는 다음 날인 22일 오전 9시경 허리에 찬 복대에 금괴 30개를 숨긴 채 공항세관과 공항공사, 경찰 등 상주기관 직원들이 드나드는 전용 검색대를 통과했다. 이 보안 검색대에는 금속탐지기가 있어 김 경사가 검색대를 지날 때 경고음이 들렸지만 검색대에 있던 직원들은 김 경사가 평소 업무상 자주 드나들어 잘 알던 사이라서 그냥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 로드중
2004년과 2008년에도 경찰관들이 돈을 받고 금괴 밀수나 밀반출을 도운 혐의로 세관당국 등에 적발됐는데 경찰은 그때마다 큰 폭의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지만 범행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금괴는 운반하기 편하고, 시세 차익을 많이 챙길 수 있어 한탕을 노리는 밀수출업자들의 유혹이 끊이지 않는다. 경찰이 검색대에서 일반 출국자에 대한 보안경비업체의 검문검색을 감독하는 업무를 담당해 출입이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서 씨도 한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금괴를 일본으로 밀수출하면 큰돈을 만질 수 있어 유 경위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세관은 유 경위와 김 경사 외에 경찰과 세관 직원 등 서 씨의 금괴 밀반출을 도운 내부 관련자가 더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국 공항경찰대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경찰관 전원을 교체하고 공항에서 3년 이상 근무하지 못하도록 ‘공항근무기간 총량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또 문책 차원에서 윤대표 인천공항경찰대장(총경)을 25일자로 직위해제하고 후임으로 이희성 총경(경찰수사연수원 운영지원과장)을 내정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두 경찰관은 모두 파면 조치할 방침”이라며 “이번 사건에 경찰이 더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인천공항경찰대 소속 경찰관을 상대로 대대적인 감찰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