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훈련…하루에 사흘치 운동
독기품은 선수들 체력·자신감 상승
“만리장성, 불가능한 벽은 아니다”
“이제 하늘과 좀 가까워졌습니다.”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쇼트트랙대표팀 최광복(36) 코치는 20일 열린 올림픽 2차 미디어데이에서 이렇게 말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희망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던 최 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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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의 자리는 이미 중국에 빼앗긴지 오래. 하지만 지난해 11월 월드컵 3·4차 대회 참패 이후 여자쇼트트랙은 변하기 시작했다. 밴쿠버올림픽 개막을 코앞에 두고 드디어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3일치 운동을 하루에…두 달 만에 체력 급상승
훈련은 새벽 5시에 시작된다. 남자대표팀보다 한 시간 빠르다.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진행되는 빙판훈련 때는 평소보다 세 배 많은 양을 소화한다. 예전에 세트당 스무 바퀴를 돌았다면, 요즘은 스무 바퀴씩 세 세트를 한 번에 도는 식이다. 체력훈련의 강도는 말할 것도 없다. 남자팀의 도움을 받아 스피드를 올리는 데도 주력한다. 이제는 김기훈 총감독이 “노력한 만큼의 수준에 올라왔다”고 자부할 정도다.
처음에 선수들은 최 코치를 욕하고 미워했다. 최 코치는 “나를 욕하면서 독기를 품을 수 있다면 차라리 그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땀은 결국 열매로 돌아왔다. 이은별은 “처음엔 정말 죽을 것처럼 힘들었지만 두 달 정도 지나니까 확실히 체력이 달라졌다.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김민정 역시 “3일치 운동을 하루에 다 하고도 마지막에 계주 연습을 할 힘이 남아 있다. 머리로는 못 할 것 같은데 신기하게 발이 움직인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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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왕멍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이다. 남자선수 못지않은 파워가 무시무시하다. 하지만 약점은 있다. ‘내가 1인자’라는 자만심이다. 한국선수들은 그 심리를 역이용할 계획이다.
최 코치는 “왕멍만으로도 대단한데 옆에서 다른 선수들이 왕멍을 디펜스까지 해주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자극하면서 왕멍이 실수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아야 한다”면서 “우리가 180도 달라졌다는 소문만 돌아도 중국을 상대하는 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은별도 “첫 경기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 왕멍이 당황할 수 있다.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틈을 노릴 것”이라고 했다. 최 코치의 말대로, “80%%의 실력으로도 이길 수 있고, 120%%의 실력으로도 질 수 있는 게 쇼트트랙”이기 때문이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