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렬 기자의 브라우니 도전기
《“홈베이킹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얘기에 기자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나 같은 초보도 가능할까?’ 일단 조리법이 적힌 홈베이킹 책부터 구했다.
조리법이 상세히 나와 있다는 ‘김영모의 빵, 케이크, 쿠키’(동아일보사)를 길잡이로 삼기로 했다.》
조급한 성격 탓에 실온에서 30분 가량 녹이라고 적힌 책의 ‘말씀’을 어기고 전자레인지에 30초 만에 녹인 버터를 그릇에 넣고 핸드믹서로 덩어리를 푼 뒤 설탕, 소금을 넣고 거품을 올렸다. 그런데 시작부터 뭔가 잘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 엄습해 온다. 책 속의 버터는 하얗게 거품이 나는데 내 것은 누런 색깔이다. 역시 30분 느긋하게 기다리며 버터를 녹였어야 하는 것일까? 벌써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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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에 거른 밀가루와 코코아 가루, 바닐라 가루를 반죽에 넣고 섞은 뒤 으깬 호두를 넣어 고루 섞는다. 지난해 아내가 구입한 핸드믹서를 향한 무한한 고마움이 밀려온다. 이게 없었으면 팔뚝과 팔목이 적잖이 뻐근했을 것 같다.
오븐에 넣을 철제 쟁반 위에 깐 기름종이 위에 브라우니 반죽을 쏟는다. 주걱으로 반죽을 고르게 펴고 아몬드 가루를 뿌렸다. 스마트 오븐에 넣고 예열없이 160도에서 25분을 구워냈다. 20분도 안 돼 주방에는 달콤한 냄새가 퍼진다. 쟁반째 꺼내 충분히 식힌 브라우니를 톱니가 있는 빵칼로 조심스레 잘라서 아내 앞에 선보였다.
맛은? 역시 밀크 초콜릿 탓인지 생각보다 진하지 않아 아쉽다. 과자 반죽과 초콜릿이 잔뜩 묻은 설거지감이 싱크대에 한가득인데도 아내는 연방 “맛있다”는 감탄의 연속이다. “앞으로 필요한 재료와 도구는 얼마든지 댈 테니 다음에도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