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의 캠퍼스 풍경은 그리 낯설지 않았지만 학생들이 입고 다니는 옷만은 예외였다. 여학생이든 남학생이든 다들 가벼운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운동화 끈을 질끈 묶고 다닌다. 커다란 백팩을 메고 힘차게 걸음을 내딛는 모습이 눈부시게 자유분방해 보였다. 그들은 언제든 자전거를 타거나 함께 운동을 할 수 있는 차림이었다. 그 차림대로 풀밭에 털썩 주저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다.
이후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예전에는 익숙했던 동료 학생의 차림새가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6년간 똑같이 입었던 교복을 벗고, 마음대로 옷을 입을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는 대학 시절. 때로는 아슬아슬한 하이힐과 전공서적이 들어갈 여유도 없는 작고 예쁜 가방도 좋다. ‘에지’ 있는 정장에 광나는 가죽 구두도 가끔은 멋지다. 하지만 직장인과 구별이 안 될 정도로 근사하게 차려 입는 직장 예행연습을 미리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대학생이 누릴 수 있는 복장의 자유를 자신만의 개성 있고 편안한 방식으로 누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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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을 담은 억측과 상상을 해본다. 여성의 몸을 코르셋으로부터 해방시켰던 코코샤넬의 명구를 기억한다. 덜함이 더함이다(Less is more). 이처럼 더해 보이려 애쓰지 않는, 덜한 차림새가 주는 더함을 발휘할 수 있는 차림새의 전환. 이 새로운 자세를 생활 속에 시도해보길 제안한다.
김은희 중앙대 역사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