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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 준비생들 “시험 코앞인데…” 불이익 걱정

입력 | 2010-01-19 03:00:00

■ SAT 학원가 ‘부정행위 첫 적발’에 술렁
“23일 시험 취소되면 어쩌나”
“한국내 시험횟수 축소 우려”
어학원에 학부모 문의 빗발
美ETS, 부정행위 조사 착수




문제의 어학원 건물 미국과의 시차를 이용해 미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문제를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학원 강사 김모 씨가 일했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 E어학원 입주 건물. 김 씨는 현재 다른 학원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명 기자

미국과 아시아의 시차를 이용한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부정행위가 경찰에 처음으로 적발됐다는 사실이 18일 동아일보 보도로 알려지자 서울 강남의 SAT 학원가와 학부모들은 차기 시험이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까 우려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23일 예정된 SAT를 앞두고 있는 학생들은 “1월 시험부터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냐”, “앞으로 한국에서 SAT를 아예 못 보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불안해했다. 학부모들과 학원 관계자들은 “안에서 곪아오던 것이 결국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명문대 입학이란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뚤어진 교육열이 낳은 현상”이라고 성토했다.

이날 서울시내 주요 SAT 학원 내 분위기는 착 가라앉았다. 강남구 대치동의 S어학원에서 SAT 수업을 받던 10여 명의 학생들은 “시험이 코앞인데 취소되면 어떡하지” 하며 불안해했다. 이 학원 이모 원장(38)은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던 차에 부정행위가 실제로 확인되니 학원가 분위기가 갑자기 흉흉해졌다”고 말했다.

당장 시험을 봐야 하는 학생들은 향후 한국 내 시험 횟수 축소 등 불이익을 받을까 봐 전전긍긍했다. SAT 준비생 유모 씨(20)는 “미국 일반대학원 입학자격시험(GRE) 문제 유출이 적발돼 미국 교육평가원(ETS)이 한국에서의 시험 횟수를 줄인 것처럼 SAT 시험 횟수도 줄어들까봐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을 준비 중인 김영우 군(18)은 “부정행위를 하지도 않은 학생들도 피해를 볼 것 같아 걱정된다”며 “나아가 한국 학생 전체에 대한 평판이 안 좋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한국학생들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미국 대학 입학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SAT 준비생을 둔 한은영 씨(52·여)는 “아들이 열심히 공부했는데 선의의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원가에 따르면 이미 미국 명문대학 중 일부는 한국출신 고교생들의 내신 성적과 SAT 점수를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는데 이번 사건 때문에 더 까다롭게 보면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S유학솔루션 김모 실장(34)은 “하버드, 듀크, 컬럼비아 등 미국 대학에서 한국 고교생에 대한 신뢰가 낮다. 한국 학생들의 학력 수준은 꽤 높아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아도 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어학원은 학부모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쳐 SAT 준비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19일 SAT 관련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한편 ETS 측은 이번 시차 이용 부정행위에 대해 자체조사에 들어갔다. ETS 한국지사 측은 “미국 ETS 본사가 경찰 관계자 등을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등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며 “ETS 본사와 SAT 주관기관인 칼리지보드 측이 협의해 공식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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