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음식점 위생등급 평가’ 현장 가보니11월 G20 정상회의 앞두고강남구 삼성동 400여곳 점검청계천-인사동 등으로 확대우수평가 식당엔 인증서 수여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식당을 찾은 음식점 위생등급 평가단이 세균 검사를 위해 도마에서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보건사회연구원
15일 서울시가 강남구 삼성동 일대 식당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음식점 위생등급 평가제’ 점검 현장인 A식당. 주방 구석구석을 살피던 차영설 씨(48·여·녹색소비자연대 팀장)가 싱크대 위에 놓인 초록색 통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플라스틱 통은 오래된 것이었지만 ‘본드’라는 글자는 아직 지워지지 않은 상태였다.
○ “손님 못 보는 주방이 더 더러워”
점검단이 7∼16일 검사한 식당은 400여 곳. 최고급 레스토랑부터 100m²(약 30평)도 되지 않는 작은 식당까지 코엑스몰 입점식당을 제외하고 삼성동에 있는 대부분의 식당을 점검했다. 눈에 보이는 청결상태뿐만 아니라 도마, 식기 등에 대한 식중독균 검사, 종업원 한 명 한 명에 대한 보건증 검사까지 빼놓지 않았다. 식당 한 곳에서 40여 개 항목을 검사하는 데 1시간 정도가 걸렸다.
이 중 40여 곳의 식당을 점검한 차 씨는 “많은 식당이 홀은 깨끗이 관리하는 반면 손님이 볼 수 없는 주방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었다”며 “며칠 전 찾아갔던 최고급 한정식 집은 갈비 등 식재료가 바닥이나 주방 신발장에 방치돼 있고 후드에서 기름때가 뚝뚝 떨어지는 등 위생관리 상태가 최악이었다”고 말했다.
평가단이 주방을 점검하는 동안 서울시 위생과 노창식 담당이 “단속이 아닌 지도점검이고 불이익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지만 지배인과 종업원들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에어컨 송풍구는 자주 닦느냐”는 평가단의 질문에 한 종업원은 말을 더듬으며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 비용문제 해결하고 검사주체 통일해야
서울시가 강남구 삼성동을 대상으로 실시한 음식점 위생등급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식당에 부여할 인증표시. 사진 제공 서울시
시범운영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도 발견됐다. 나쁜 평가를 받은 식당이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검사를 받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영업에 지장을 받게 된다. 무작정 검사 주기를 줄이면 그만큼 지출이 증가한다. 400개 식당만 검사했는데도 서울시가 이번에 쓴 돈은 약 1억2000만 원이다.
시행 부서를 통일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날 점검을 받은 또 다른 식당 사장은 “이틀 전에도 도마와 주방기구를 점검하러 왔었는데 또 왔느냐”며 “최근 들어 특히 점검이 잦아져 영업에도 지장을 받을 지경”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구장회 서울시 식품위생팀장은 “서울시는 일원화가 됐는데, 구청 단위에서는 아직 주무부서가 통일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법제화 전까지 개선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김유진 인턴기자 고려대 언론학부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