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개된 수사기록의 내용은
용산 참사 당시 건물 옥상 망루에 불을 질러 경찰관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농성자 9명의 변론을 맡은 김형태 변호사는 이날 법원에서 복사해 온 수사자료의 요지를 언론에 공개했다. 김 변호사는 ‘농성자가 화염병을 던져 터진 것을 본 적이 없다’는 경찰관 2명의 진술이 수사 자료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수뇌부의 조사 내용도 제시했다. 서울청의 한 간부가 “당시 현장 상황을 잘 전달받았으면 작전을 중단시켰을 텐데”라고 말해 과잉진압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또 “진압 장비가 제대로 투입되지 않아 현장에서 작전 계획이 변경됐다”는 진술도 나왔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과잉진압을 했다면 농성자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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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 공개 놓고 법원-검찰 갈등 폭발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이미 1심 재판부가 피고인의 변론권 보장을 위해 공개하라고 명령했던 것. 검찰이 공공의 안전 등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면서 최근까지 공방이 벌어졌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부장판사 이광범)가 14일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에 대한 재정신청 사건에 첨부돼 있던 자료를 용산 참사 사건 피고인들에게 공개했다.
이에 검찰은 “재정신청 사건의 재판 기록을 별개 사건인 용산 참사 사건 피고인들에게 내주는 것은 명백히 위법 행위”라며 이의신청과 함께 대법원에 즉시 항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정신청 사건에 대한 열람 등사 금지 규정은 고소인 등이 수사 기록을 악용하거나 무분별한 열람 등사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이지 피고인의 방어권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재판부를 바꿔 달라”는 기피신청서를 냈지만 검찰의 즉시항고와 기피신청이 받아들여질 확률은 높지 않다. 우선 수사기록 공개는 피고인의 변론권 보장을 중시해온 법원 판례에 어긋나지 않는 데다 이미 공개돼 즉시항고의 실익도 없다. 항소심 재판부가 사건을 편파적으로 진행할 것이란 근거도 부족하다. 기피신청에 대한 결론은 이르면 다음 주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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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