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늘 그렇듯 시장의 먼 그림을 미리 반영해 움직이고 있다. 최근 증시의 움직임은 아직 불확실성이 많이 남아 있는 실물경기에 앞서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요즘처럼 경기 침체에서 회복으로 반전하는 초기에는 주가가 겉으로 드러난 호재를 미리 반영해 오르는 특징이 강해지는 탓이 크다. 경기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시중에 풀어놓은 유동성 때문이다. 낮은 금리에 갈 곳을 잃은 유동성이 경기회복세와 기업 실적 개선의 기대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11개월째 2.0%로 동결된 기준금리는 앞으로 한두 차례 올린다고 해도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당장 주식 시장을 흔드는 변수가 되긴 어렵다.
이런 배경 아래 요즘 주식시장은 은근히 신이 나 있다. 표면적으론 주가지수가 크게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수면 아래 움직임은 매우 바쁘다. 비록 한쪽으로 쏠리는 뚜렷한 방향성은 없지만 외국인과 기관, 개인이 제각각 자신이 선호하는 주식을 각자의 바구니에 열심히 담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아직 많은 투자자의 기억 속엔 10년 전 지구촌 증시를 휩쓸고 지나간 ‘첨단 기술주’ 거품과 그 후유증이 남아 있다. 실물경기를 앞서가는 증시 흐름 속에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기술주 부활이 2010년 새해 증시를 어떻게 달굴지 궁금하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