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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풀어보는 새해 정국]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입력 | 2010-01-14 03:00:00

뚝심의 승부사 “세종시법 꼭 처리”




“모든 현안 당론 처리” 소신
與 결집하고 野 밀어붙여
국회의장-차기 당권설 솔솔

지루한 예산전쟁을 치른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새해를 맞아 대구 팔공산에 있는 작은 암자에서 일주일을 지냈다. 채식과 등산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슬렀다. 안 원내대표는 “8개월간 쉴 새 없이 달리면서 생긴 묵은 피로를 털어내고 왔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미디어관계법 처리, 정기국회, 예산안 및 노동관계법 처리 등 굵직한 현안과 쉴 새 없이 마주쳤다. 어찌됐든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미디어법 시행, 4대강 살리기 사업,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 주요 정책들은 안 원내대표의 손을 거쳐 국회를 통과했다.

그는 철저한 당론 수렴 과정을 통해 당내에서조차 논란이 일었던 주요 정책들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 친박(친박근혜) 측도 당론과 명분을 앞세운 그의 원내전략에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당론 중심의 전략’은 대야(對野) 협상 과정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야당은 쟁점법안 처리 때마다 강력 투쟁을 외쳤지만 안 원내대표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1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 중진연석회의에서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이런 과정은 자연스럽게 그의 당내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많다. 정권 초 친이(친이명박)계 핵심 인사들이 정치적 상처를 입으면서 사분오열됐던 친이계도 원내에서 그를 중심으로 전열을 정비하는 분위기다. 그가 원내사령탑으로서 ‘여당다운 여당’을 만드는 데 한몫했다는 당 안팎의 평가가 정치적 자산이 됐다.

13일 국회 집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안 원내대표는 ‘구심점’이라는 당 일각의 평가에 대해 “과분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불합리한 야당의 주장은 절대 수용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했으니…”라고 자평했다.

한 친이계 의원은 “안 원내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야당이 등원 조건으로 특검과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모두 거절하면서도 국회를 정상화시켰다”며 “4대강 예산의 대폭 삭감 요구에도 ‘회의장 점거부터 풀면 일정 부분 양보하겠다’고 원칙론으로 맞서 여당의 자존심을 지켰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가 당의 실세로 떠오른 배경엔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도 큰 몫을 했다. 이 대통령은 예산안과 노동법을 처리하고 대구로 내려가는 안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친이계 사이에선 그가 차기 전당대회에서 유력한 당 대표 후보로 떠올랐다는 관측이 많다. 일각에선 하반기 국회의장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해 그는 “당원들의 뜻에 따르겠다”면서도 “원내대표를 두 번 했고 당에 봉사도 했으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이 한다면 무조건 믿을 수 있도록 국민에게 힘과 비전을 주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 원내대표가 정치적으로 한 단계 올라서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강성 이미지가 강하고 “너무 차갑다”고 지적하는 의원도 꽤 있다. 당권 도전도 자신과 지지기반이 겹치는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거취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친이재오계 일각에서 그의 급부상을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탕평 인사를 기반으로 친박과의 접촉을 늘리긴 했지만 친박 진영에는 아직 그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다.

5월에 임기가 끝나는 안 원내대표는 이제 세종시 관련법을 처리해야 하는 마지막 과제를 안고 있다. 그는 “정략의 산물을 바로잡는 게 원칙”이라며 “지방선거 일정에 관계없이 국민이 동의하는 시점에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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