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란드스타디움. 경기장에 들어서는 그의 표정은 밝았다. 한국 최고의 공격수는 자신이라는 걸 입증하려는 듯 의욕이 넘쳤다. 하지만 전반 내내 결정적인 슈팅 한 번 날리지 못했다. 미드필드를 장악당하는 바람에 최전방에서 고립되자 여러 차례 한숨을 내쉬었다. 전반이 끝나고 경기장을 나오는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라이언 킹’ 이동국(31·전북) 얘기다. 이날 잠비아와 친선경기에서 그는 별다른 활약 없이 전반이 끝난 뒤 김신욱(울산)과 교체됐다. 지난해 K리그에서 화려하게 부활하며 2년 1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이후 국가대표로 뛴 5경기에서 아직 골 소식이 없다. 경기가 끝난 뒤 허정무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서 제대로 해줄 선수가 필요하다. 어느 한 선수만 배려해 줄 수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동국의 부진은 심적인 부담감에서 비롯됐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선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총애를 받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고참 반열에 오른 그에게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마지막 기회다. 그러다 보니 부담감도 배가됐다. 실제로 그는 이번 전지훈련에서 “빨리 골을 넣어 심적인 압박을 털어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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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에게 아직 기회는 있다. 허 감독은 박주영(AS 모나코), 이근호(주빌로 이와타) 등과 스타일이 다른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마음속에 두고 있다. 조별리그 2차전 상대 아르헨티나는 평균 신장이 작아 이동국 같은 장신 공격수들의 활용 폭이 커질 수 있다. 컨디션도 나쁘지 않다. 훈련 중 코칭스태프에게서 “좋아”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 게 이동국이다. 결론은 골이다. 언제 첫 골을 뽑아내느냐에 따라 6월 이동국의 남아공행이 결정 날 것이다.
러스텐버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