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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한국조선]지난달 20척 수주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입력 | 2010-01-01 03:00:00

“초정밀 기술 세계 최고… 中추격 어림없어요”
작년 위기 딛고 자신감 회복… 친환경선박 개발 전력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근로자들이 대형 부유식원유저장생산설비 작업에 앞서 안전점검을 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올해 국내 조선업계가 극심한 수주 가뭄에 시달렸지만 옥포조선소는 최근 수주 소식이 잇달아 전해져 활기를 되찾고 있다. 사진 제공 대우조선해양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지난해 12월 22일 오전 11시 대우조선해양의 거제도 옥포조선소. 남해 바다와 맞닿은 ‘E 안벽(배가 접안하는 부두시설)’의 작업장에서 우렁찬 구호가 울려 퍼졌다. 15명 안팎으로 이뤄진 작업팀이 안벽에 계류된 대형 부유식원유저장생산설비(FPSO)로 들어가 밸브와 배선 설치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안벽을 따라 설치된 레일 위에선 50t을 들어올릴 수 있는 ‘집(Jib) 크레인’이 ‘삐뽀 삐뽀’ 하는 경고음을 내며 왔다 갔다 했다.
크레인은 안벽 위 자재를 들어올려 배로 옮겼다.
대형 트럭, 중소형 트럭은 레일 곁 도로를 부지런히 오가며 각종 부자재를 실어 날랐다.
새벽 노량진 수산시장처럼 활기차 보였다.》

이들이 짓고 있는 배는 국제 오일 메이저 중 하나인 프랑스 토탈에 2012년 인도될 대형 FPSO인 ‘파즈 플로어’호다. 바다 위에 떠 있다 뿐이지 하나의 거대한 석유화학 공장을 짓는 듯했다.

“이 배의 길이가 325m, 폭은 61m, 높이 32m에 무게는 11만7000t 이상입니다. 가격은 20억 달러(약 2조3400억 원)입니다. 가격이나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 기록을 세운 배죠. 하루에 이 안에 들어가 일하는 사람만 1000명이 넘고 배 밖에서 이뤄지는 공정을 포함하면 1740명에 이릅니다.”(이동철 대우조선해양 홍보담당 부장)

안벽 바깥쪽에는 30만 t급 원유 운반선과 20만 t급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선이 위용을 자랑하며 시운전을 기다리고 있다. 두 배는 한국 국민 전체가 하루 사용할 원유와 이틀 사용할 LNG를 각각 실을 수 있는 규모다. 옥포조선소에는 이들 배를 포함해 28척의 배를 건조 중이다. 블록 제작 단계에 있는 것까지 포함하면 40척가량. ‘한국 조선업의 위기’라는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옥포조선소의 가동률은 100%에 이른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대우조선해양의 거제도 옥포조선소. 사진 제공 대우조선해양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옥포조선소의 분위기는 상당히 가라앉아 있었다고 했다. 재작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작된 사상 최악의 조선경기 불황 때문이다. 지난해 11월까지 대우조선의 수주액은 전년의 10%에도 못 미치는 11억 달러에 그쳤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2∼3년만 지나면 지을 배가 없어진다는 의미다. 이 즈음에 한국 조선업은 10년간 지켜온 수주잔량 세계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줬다. ‘자국이 쓸 배를 자국이 건조한다’는 정책에 따라 수요와 공급을 양손에 틀어쥔 중국의 조선 산업은 위협적이었다. 충격은 옥포조선소에도 전해졌다. 조선업에 미래를 건 젊은 직원들부터 조금씩 동요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희망이 비치기 시작했다. 대우조선은 12월에만 20척, 28억9000만 달러 수주에 성공했다. 한 주에만 컨테이너선, 드릴십, 반 잠수식 시추선 등 7척의 선박 계약을 잇달아 체결할 정도였다.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았다. 현장에도 활기가 돌았다. 파즈 플로어호에서 밸브 및 배선설치 담당인 이정관 해양기계 1반장(기정)은 “경기가 침체됐고 중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지만 우리 기술력이 세계 최고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며 “최근 쏟아지는 수주 소식을 들으며 새해에는 수주 대박이 터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들이 중국의 거센 추격에도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다. FPSO와 같은 대형 선박 한 척을 짓는 데 밸브 하나만 1만5000여 개가 들어가고 케이블 길이는 2400km에 이른다. 이 부품들을 5mm 오차의 정밀도로 자르고 이어 붙여야 한다. 배를 만들려면 ‘보잉747’보다 많은 부품을 오차 없이 다뤄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밀한 기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대우조선은 이런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가 놀랄 만한 뛰어난 선박들을 만들었다. 이 회사가 만든 1만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대형 컨테이너선은 해양 물류 혁명을 촉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이런 대형 컨테이너선을 ‘슈퍼 해양 고속도로(Maritime Superhighway)’라고 불렀다. 심해의 바닥을 뚫어 원유를 채취하는 드릴십은 석유자원 고갈 예상 시점을 상당 기간 늦췄다는 호평을 받았다.

대우조선이 보유한 또 하나의 무기는 선주들과 오랜 시간 쌓은 신뢰다. 이 회사가 지난해 12월 체결한 계약 중 한 건은 그리스의 한 선주로부터 15년 만에 주문받은 배다. 대우조선은 15년 동안 배를 한 척도 주문하지 않은 이 선주와의 관계를 꾸준히 유지한 끝에 6억 달러 규모의 원유 운반선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고 했다.

기원강 옥포조선소장(부사장)은 “특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집중하고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오면 새해 한국의 조선업은 부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의 위기 탈출도 중요하지만 친환경 선박 개발 등 새로운 경쟁우위를 만드는 데도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제=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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