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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친구 ‘불티나’를 아시나요?

입력 | 2009-12-31 09:05:29


[동영상 보러가기]담배친구 ‘불티나’를 아시나요?

담배 한 개비 입에 물고 주머니를 뒤져보지만 ‘불’이 없다. 몇 개씩 굴러다니던 것이 꼭 필요할 땐 보이지 않는다. ‘xx 노래방’, ‘oo 호프’ 등 광고 찍힌 판촉용 공짜 라이터 대신 편의점에서 판매용 라이터를 400원에 샀다. 라이터에는 향수를 불러오는 ‘불티나’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경기도 양주에 있는 국내 마지막 남은 라이터 제조업체 ‘에이스산업사’. ‘불티나’, ‘에이스’라는 이름으로 하루 최대 45만 개의 일회용 라이터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일회용 라이터 하면 으레 중국, 동남아시아산 수입제품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에이스산업사’는 10년 가까이 홀로 국산 라이터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올해 이 회사의 일회용 라이터 편의점 점유율(훼미리마트 기준)은 약 75% 수준이다.

23년간 일회용 라이터만 생산한 ‘에이스산업사’를 찾아갔다. 이 회사의 라이터는 총 23가지 부품으로 구성된다. 부싯돌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품을 자체 설비한 장비로 제작한다. 공장 한쪽에서 ‘푹~ 쉭~’하는 거친 기계 소리가 들린다. 플라스틱 원료로 라이터 몸체, 머리, 받침판 등을 찍어내는 사출성형기계였다. 기계와 연결된 컨베이어 벨트에 따끈따끈한 반투명의 노랑, 빨강, 초록, 보라색 라이터 몸체가 쉴 틈 없이 이동한다. 한쪽에서는 열다섯 뭉치의 실타래가 돌면서 엮은 3600가닥의 심지가 코팅되고 나서 일정한 길이로 잘렸다. 라이터 머리에 심지를 연결하고 다시 몸체와 결합하면 가스주입실로 이동된다. 가스주입기가 라이터 몸체에 프로판·부탄의 혼합액화가스를 삽입한다. 이번엔 10개씩 줄지어서 몸체의 공기를 빼내고 압축되는 과정을 거쳐 부싯돌이 달린 머리 덮개가 씌워진다.

지금까지 기계를 통한 자동, 반자동 공정 과정이었다면 ‘불 검사’라 불리는 불량점검시험은 사람의 손을 거친다. 20년 경력의 김순래 씨는 10개 단위로 라이터를 점화시켜 불이 켜지지 않는 불량 라이터를 골라냈다. 그 속도는 그곳에 있는 여느 기계보다 빨랐다. 마지막으로 태극기가 그려진 제품설명 스티커를 몸체에 붙이면 판매용 라이터로 탄생하게 된다.

‘에이스산업사’의 직원은 70여 명이다. 홍보담당 이동현 씨는 “일회용 라이터가 히트상품으로 선정됐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80년대 후반에 비하면 직원 수가 절반 수준”이라며 “원자재 가격은 오르고 인건비를 맞추다 보니 자동화 기계 설비투자에 힘쓰게 됐는데 결과적으로 그런 부분들이 장점으로 작용해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성냥처럼 국산 라이터도 언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 1995부터 본격적으로 수입된 중국산 저가제품이 판촉용으로 무료로 공급되고 나서 일회용 라이터는 고장 나거나 잃어버려도 아깝지 않은 존재가 됐다. 2003년 90%였던 ‘에이스산업사’ 일회용라이터의 편의점 점유율은 부싯돌라이터보다 200원 비싼 중국산 전자라이터의 등장으로 올해는 점유율을 15%나 내줬다. ‘에이스산업사’도 전자라이터 설비를 준비 중이지만 자금 여력이 부족해 당분간은 불가능하다. 국내 마지막 남은 라이터 공장은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해도 가격경쟁력에 밀려 외면 받는 국내 중소 제조업체의 상황을 그대로 말해준다.

동종업체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을 때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질문에 이기철 대표는 “안 먹고 안 썼다”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조용하게 말했다.

임광희 동아닷컴 기자 oas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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