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수상작 없이 공동수상으로 결정‘너무 놀라지 마라’ 연출-연기상 3관왕
아버지의 시신을 나 몰라라 하는 일그러진 가족의 초상을 그린 ‘너무 놀라지 마라’(왼쪽)와 좁은 단칸방을 무대로 한국형 노숙인 4명의 이야기를 그린 ‘방바닥 긁는 남자’. 사진 제공 극단 골목길·연희단거리패
‘너무 놀라지 마라’는 연출상(박근형)과 연기상(장영남)까지 받아 3관왕에 올랐다.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대표는 지금까지 두 차례 희곡상을 받았지만 연출상은 이번이 첫 수상이다. 박 대표는 한때 희곡상 후보로도 유력하게 거론돼 연출상에 희곡상까지 동시 수상하는 전례 없는 영광을 누릴 뻔했으나 결국 첫 연출상 수상에 만족해야 했다.
‘방바닥 긁는 남자’도 신인연출상(이윤주)과 무대미술·기술상(이윤택)을 수상해 3관왕에 올랐다. 이윤택 씨는 연출상 4회, 희곡상 2회에 이어 올해 무대미술·기술상까지 수상함으로써 동아연극상 7회 수상의 대기록을 세웠다. 이윤택 씨는 “젊은 작가, 지방 연출가, 신인배우가 뭉친 작품을 뒷바라지하자는 생각이었는데 상까지 받았으니 어떤 상을 받았을 때보다 기분이 좋다”면서 “더 나이 먹으면 연기상에도 도전해 보겠다”며 껄껄 웃었다. 극단 골목길과 연희단거리패는 2006년 제43회 동아연극상에서도 각각 ‘경숙이, 경숙아버지’와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로 작품상을 공동수상하며 3관왕, 4관왕에 올랐다.
연기상은 당초 장영남 씨와 서주희 씨 두 여배우에게 몰아주자는 의견이 유력했지만 남자배우 중 유진 오닐 원작 ‘밤으로의 긴 여로’에서 발군의 연기를 펼친 최광일 씨가 뒤늦게 거명되면서 여배우 장영남, 남배우 최광일로 의견이 모아졌다. 서 씨에 대해서는 여자 심사위원들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의 평강공주 역을 지지한 반면 남자 심사위원들은 ‘바케레타!’의 미희 역을 지지해 표가 나뉘었다.
유인촌신인연기상은 강원도의 한 소읍 양복점을 무대로 한 ‘시동라사’에서 남편에게 헌신적 사랑을 펼치는 양복점 여주인 역을 맡은 이지현 씨와 ‘하얀 앵두’에서 여고생 제자와 사랑에 빠진 윤리교사 역을 맡은 백익남 씨가 차지했다.
특별상은 해외연극이론을 본격 소개해 한국연극평론 발전에 기여한 연극평론가 고 한상철 전 한림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새개념연극상은 올해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젊은 배우들 반가운 약진… 연기 부문 경합 치열
김윤철 심사위원장 총평
이번 심사에서는 연기 부문에서 특히 치열한 경합이 벌어졌다. 올 한 해 연극계의 부진에 비해 젊은 연극배우들의 약진을 확인할 수 있어 반가웠다. 연기 생활을 오래 했지만 그간 부각되지 못한 이지현 백익남 씨도 발굴했다.
심사위원단은 가능한 한 대상을 뽑기 위해 애썼지만 규모나 업적, 격에서 그간 동아연극상 대상 수상작에 견줄 만한 작품이 없었다. 한국 연극에서 하나의 이정표를 만들어낼 작품을 찾지 못한 점은 안타깝다.
올해 여러 중극장이 개관했다. 하지만 더 커진 무대에 아직 적응이 잘 안 된 것 같다. 대체로 좋다 싶은 작품들은 소극장 공연이 대부분이어서 아쉬웠다. 새해부터는 새로운 무대 미학이 훈련 개발돼 중극장 대극장에서도 미학과 기능을 겸비한 공연이 나왔으면 한다.
―국제연극평론가협회 회장·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심사위원 명단:
△김방옥(평론가·동국대 교수) △이병훈(연출가) △이진아(평론가·숙명여대 교수) △정복근(극작가) △최상철(무대미술가·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최치림(연출가·국립극단 예술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