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북한강에서는 대형 댐에서 흙탕물이 몇 개월 동안 방류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전국의 많은 저수지는 여전히 부영양화로 몸살을 앓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매년 많은 예산을 들여 탁한 물을 줄이고 비점오염에 따른 부영양화를 막기 위한 대책을 펼치는데 이 가운데 흔히 등장하는 수질개선대책의 하나가 친환경 농업, 즉 유기농의 확대이다. 유기농을 수질오염이 없는 농업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유기농에서는 농약과 화학비료 대신 많은 양의 퇴비를 사용한다. 퇴비를 많이 사용하면 작물 생산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지만 수질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퇴비는 가축분뇨와 식물 잔재(부스러기)를 섞어서 만드는데 분뇨는 하천과 호수의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인을 많이 함유해 수질악화의 원인이 된다. 식물잔재를 구성하는 부식질은 수돗물에서 발암물질을 생성하는 원인물질이다.
유럽처럼 농경지의 경사가 완만하고, 폭우가 내리지 않는 국가에서는 퇴비를 사용해도 퇴비의 유출을 우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경사진 밭이 많고 폭우가 내려 표토가 심하게 유실되는 국내 자연환경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퇴비를 사용하면 폭우에 유출되어 수질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고랭지 채소 재배지에서 보듯이 유기농이라도 경사가 급하고 객토를 많이 하여 토양이 연약하면 흙탕물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토양의 인 함량이 높으면 하천수의 인 농도가 높아진다.
김범철 강원대 환경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