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그루 나무가 외따로/떨어져 서 있습니다/한 아이가/이 나무에서 저 나무까지/눈길을/만들며 가고 있습니다/애야, 뭐하니?/눈길을 만들어 주는 거예요/사박사박…/두 나무가 서로 만날 수 있도록요.’(이준관 ‘사박사박’)
걸으면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함박눈이 쏟아진 날의 풍경이다. 꼬까신 신은 아이가 눈 위를 걷는다. 엄마가 뭐하냐고 묻자, 아이는 “두 나무를 친구로 만들어 주고 있다”고 말한다. 눈보다 아이의 마음이 더 하얗고 예쁘다.
아이는 냇물에 발을 담그고 병 조각을 줍는다. “물고기야, 이제는 걸어 다녀도 발을 다치지 않을 거야.” 그림 제공 큰나출판사
소천아동문학상, 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한 시인이 국내 시인의 동시 100편을 골라 엮었다. 윤석중 ‘소’, 윤동주 ‘귀뚜라미와 나와’, 김용택 ‘콩, 넌 죽었다’, 안도현 ‘감자 꽃’ 등이다. 저자는 낭송하기에 특히 좋은 시들을 골랐다고 설명한다. 시 낭송은 아이들의 감성과 상상력, 언어와 표현 능력을 키워준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초등학교에선 1주일에 시를 한 편씩 외우게 하고, 아일랜드에선 유아 교육 때 엄마와 아이가 함께 시를 낭송하도록 강조한다. 저자가 뽑은 낭송하기에 좋은 시에는 이해인 수녀의 시도 포함됐다.
‘고개가 아프도록/별을 올려다본 날은/꿈에도 별을 봅니다/반짝이는 별을 보면/반짝이는 기쁨이 내 마음의 하늘에도/쏟아져 내립니다…얼굴은 작게 보여도/마음은 크고 넉넉한 별/먼 데까지 많은 이를 비춰 주는/나의 하늘 친구 별/나도 별처럼/고운 마음 반짝이는 마음으로/매일을 살고 싶습니다.’(이해인 ‘별을 보며’)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