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연구 국제무대로 확장”해외 학자 초청해 사례 비교국제회의 참석 자료 축적도의료 불평등 문제에도 주목“국내정책 마련에 도움될 것”
19일 오전 중앙대에서 비판사회학회의 산하 연구모임인 불평등연구회의 연구자들이 일본 도호쿠대 사토 요시미치 교수(오른쪽에서 네 번째)를 초청해 ‘한국과 일본 중간계급의 사회이동 비교 연구’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 “한국 자영업자 계층 불안정성 증가”
오랫동안 사회계층과 사회이동을 연구해 한국 사회학계에도 잘 알려진 사토 교수는 이날 2시간 동안의 발표를 통해 “이론적으로는 세계화의 영향으로 한국이나 일본의 중간계급 모두에서 사회이동이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증적으로는 한국의 자영업자 계층이 속한 구(舊)중간계급에서만 1995년과 2005년 사회이동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토 교수는 일본과 한국의 사회구성원을 자본가, 신(新)중간계급(전문가, 관리자, 사무원 등), 구중간계급(자영업자), 노동계급, 농민계급으로 나눈 뒤 중간계급의 사회이동성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의 의미에 대해 그는 “사회이동의 증가는 일반적으로 계급 간 이동이 자유로워 개방적인 사회를 의미하는 긍정적 신호이지만 이번 연구 결과에서는 사회적 보호장치의 미비로 자영업자로 내몰린 경우여서 해당 계급의 불안정성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일본의 구중간계급은 사회적 보호장치가 많이 약해졌지만 진입장벽이 높아 결과적으로 보호를 받았고 한국의 구중간계급은 불안정성에 그대로 노출됐다는 것이다.
불평등 연구에서 ‘긍정적인’ 사회이동성의 증가는 중요하게 취급된다. 당장 불평등이 심하더라도 사회이동성이 보장돼 있으면 문제가 적기 때문이다.
○ 장년층의 비정규직 증가는 이례적
경제적 불평등을 주로 연구하는 불평등연구회는 일본 교수 외에도 올해 중국 홍콩 스웨덴 등 다양한 지역의 불평등 연구자들을 불러 토론을 했다. 홍콩에서는 불평등의 양상이 주택문제로 집중돼 나타나고 있고 중국에서는 농촌의 호적을 갖고 도시에서 일하게 됨에 따라 절반의 임금밖에 받지 못하는 농민공의 문제가 불평등 문제의 주제가 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비교를 해보면 한국 불평등의 특징은 두 가지로 도드라진다. 신 교수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전체 양상과는 반대로 자영업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다른 나라에서는 젊은층에 집중된 비정규직이 나이가 많은 장년층에 더 많이 분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회는 한국을 포함한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의 1990년대 중반 이후 소득 불평등 심화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이들 국가가 경제발전 초기에 불평등의 정도가 더 심하다는 ‘쿠즈네츠 가설’에 역행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불평등 연구 수준을 국제적으로 높이려고 연구자들이 모인 만큼 연구 소재와 방법을 모두 국제무대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회는 미국 프린스턴대가 주관하는 세계불평등네트워크(GNI)에도 참여해 매년 4월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이 장기화되면 나타나게 마련인 건강 불평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 매년 1, 2회 한국건강형평성학회와 공동 학술대회를 열고 있다.
불평등연구회의는 주로 교수와 관련 논문을 준비하는 대학원생들로 구성돼 있다. 월례모임에는 매회 15명 안팎이 참석한다. 교수 회원으로 김성훈 이화여대 교수(노동사회학), 김명희 을지대 의대 교수(사회역학), 박경숙 서울대 교수(지역사회학) 등도 참여하고 있다.
신 교수는 “불평등에 관한 국제적이고 엄밀한 연구 성과들이 축적되면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책에도 훨씬 더 다양한 도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