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파리아스 감독.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구단 “믿었는데…갑작스런 통보 서운”
‘세계클럽 3위’ 포항 스틸러스의 귀국길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파리아스 감독이 끝내 팀과의 결별을 택했기 때문이다.
포항은 20일(한국시간)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2009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3∼4위전에서 아틀란테FC(멕시코)와 전후반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파리아스는 전격적으로 선수단에 작별을 고했다.
박 코치는 “파리아스가 1년 뒤 돌아온다고 했다”고 했고, 김 사장 또한 “파리아스가 ‘1년 후 복귀’를 조건으로 각서까지 쓰겠다고 했다”며 일말의 믿음을 보이고 있지만 일방적인 이별 통보에 포항 구단은 물론 K리그 관계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2002한일월드컵 직후 히딩크 감독이 “굿 바이(Good Bye) 대신 소 롱(So Long)이라고 하겠다”며 한국과 재회를 암시한 당시 상황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 히딩크는 일찌감치 작별을 예고한 반면 파리아스는 모든 게 ‘깜짝 쇼’였다.
대다수 포항 관계자들이 ‘감독 결별’ 보도를 접한 뒤 뒤늦게 진위를 파악할 정도로 파리아스의 준비는 치밀했다. 포항은 일주일 사이에 ‘믿는 도끼’에 두 번씩이나 뒤통수를 얻어맞은 꼴이다. 파리아스는 14일 이적전문매체 IM스카우팅의 ‘포항 감독이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와 연봉 70만 달러(8억원)에 계약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확인되지 않은 기사에 황당하다”고 구단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한 바 있는데다, 자신의 입으로 직접 “프로답게 포항과 계약을 존중하겠다”고 밝혔으니 이번 말 바꾸기는 배신에 다름 아니다.
파리아스는 모국 브라질을 비롯해 포르투갈과 UAE 등 3개국 클럽의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브라질행이 유력하게 점쳐지는데 자녀교육 등 가정 문제가 결정적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리아스로부터 “가족이 오랜 한국생활에 지쳐있어 1년 간 휴식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밝힌 김 사장은 “좀 더 교감을 나눠야겠지만 파리아스의 복귀 여부는 솔직히 확답하기 어렵다”면서도 “엊그제까지도 내년시즌 구상을 함께 했는데, 이런 일은 꿈에도 몰랐다”며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