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정부가 손을 들었다. 공공부문과 노조의 협조 없이는 도저히 나라를 살릴 수 없으니 차라리 좌파야당, 당신들이 해보시라고.
勞公政이 망친 나라,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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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두바이’가 될 위기에 처한 그리스와 우리나라를 곧이곧대로 비교할 순 없다. 그럼에도 그리스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우리와 묘한 공통점이 있어서다.
우리에게 강성노조가 있다면 그리스엔 ‘헤라클레스 같은 노조’가 있다. 군사독재에 맞섰던 역사가 있어 국민은 폭력시위에 관대하고 법을 우습게 본다. 작년 말 학생폭동으로 아테네가 불탔을 때도 경찰은 법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정부가 변화를 시도하면 노조와 공무원, 정치권은 기득권을 잃을까봐 일제히 반격한다. 노조(勞)-공공부문(公)-정치(政)가 망친 나라가 그리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지금 그리스를 유심히 봐야 할 이유는 또 있다. 반대파의 요구대로, 그것도 시대와 변화에 역행하는 수구좌파로 정권을 넘겼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 생생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산안 통과는 안 된다며 국회 점거농성을 벌이는 민주당은 작년 말 국제망신을 시킨 폭력국회까지 가도 좋다는 태도다. 지난 주말 민주노총 등 ‘반MB공동투쟁본부’가 벌인 ‘이명박 정권 2년 심판 민중대회’는 태어난 지 백일도 안 된 정부의 퇴진을 외쳤던 작년 여름 광우병 쇠고기시위의 재연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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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의 세력, 역사가 두렵지 않나
반대파의 발목잡기에 정권이 바뀐 그리스는 그래서 어떻게 됐나 보자. 10월 4일 총선에선 예상대로 사회당이 승리했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총리는 임금인상과 복지확대 공약대로 방만한 내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그러자 공무원 임금까지 대폭 깎은 아일랜드식 긴축 예산안을 기대했던 EU와 금융시장이 경악했다. 신용평가회사들은 대신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깎아버렸다.
당황한 총리가 14일 공무원의 월급은 동결하되 보너스를 좀 깎고 사회보장지출을 10% 줄인다는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사흘 뒤 “총리는 누가 당신을 당선시켰는지 기억하라”며 60여 개 도시에서 노조시위가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사회당과 연계된 공무원노조는 개혁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위협했다.
이 나라에서 노공정이 개혁안을 뒤집는 건 일도 아니다. 현 총리도 야당시절 우파정부의 대학개혁안을 지지했다가 교수노조의 반대에 물러선 전력이 있다. 그의 부친이자 사회당을 창당한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전 총리야말로 과다한 외자도입으로 오늘의 위기를 불러온 장본인으로 꼽힌다. 그리스 정부는 1981년 8963달러였던 1인당 국민총생산(GNP)을 2007년까지 겨우 세 배(2만7612달러)로 만들 만큼 유능하지 못해 국제사회의 신망을 잃고 있다. 그런데도 이번 위기가 사회주의 정부를 불신하는 서유럽의 음모 때문이라고 주장한다는 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전언이다.
대한민국은 같은 기간 2949달러에서 2만4838달러로 여덟 배 이상 성장한 자랑스러운 나라다. 물론 이 정부가 다 잘한다고 하긴 힘들다. 그렇다고 어떤 꼬투리든 잡아서, 무슨 수든 써서 나라를 뒤엎거나 망하게 하려는 수구좌파 세력이 진정 국민의 편이랄 순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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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