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품 구매 일정 맞추려급커브 구간으로 코스 바꿔
사상자 31명을 낸 경북 경주시 관광버스 추락 참사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싸구려 관광’ 탓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싸구려 관광은 건강보조식품 회사나 대형음식점 등이 1만∼2만 원짜리 저가 관광상품을 미끼로 노인들이 건강보조식품과 특산물 등을 사도록 유도하는 것.
16일 참변을 당한 경주시 황성동 유림마을 주민들은 당초 울산의 한 음식점 주선으로 1인당 2만2000원씩 내고 울산으로 ‘온천 및 음식 관광’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고 3일 전인 13일 대구지역 관광회사로부터 ‘1인당 1만 원씩 내면 온천에 오리고기를 대접하겠다’는 제안에 따라 코스를 바꿨다. 이들은 울산 언양에서 온천을 한 뒤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귀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관광회사가 ‘귀가하는 길에 경북 영천시에 있는 건강보조식품 매장을 들르자’고 제의하자 노인들은 값싼 관광을 시켜준 데 대한 고마움 때문에 받아들였다. 이 때문에 울산에서 경부고속도로 경주 나들목 대신 영천 나들목으로 빠져 나와 건강보조식품 매장에 들른 뒤 급경사와 급커브 구간인 경주시 현곡면 남사재 도로를 지나다 사고로 이어졌다. 유림마을 주민들은 “차라리 2만2000원짜리 관광을 했으면 위험 구간을 통과하지 않아 화를 면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경주=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