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강원 평창군 휘닉스파크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주최한 기자 세미나. 이 자리에서 이진강 위원장은 지상파와 케이블 등에 확산된 저질 프로그램에 대한 근절 의지를 밝혔다.
방통심의위는 10월 16일부터 시행 중인 저질 프로그램에 대한 집중 심의 현황부터 소개했다. 방통심의위는 한 달 반 동안 저속한 발언과 비윤리적 비과학적 생활풍조를 조장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 사과’ 등 모두 21건의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불륜 남녀를 여과 없이 내보내 ‘시청자에 대한 사과’ 조치를 받은 MBC 드라마 ‘밥줘’도 있었다. 이 위원장은 “예전부터 막장으로 불린 드라마도 있었지만 밥줘는 너무 지나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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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집중 심의 대상 프로그램의 하나로 KBS2 개그콘서트의 코너 ‘그냥 내비둬’를 꼽았다. 이 코너는 뚱뚱한 개그우먼의 외모를 자주 비하하는데 6일 방송에서는 이수근이 여성 출연자 김민경에게 “혼자서 라면 30봉지를 끓여 먹는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는 또 스타들이 20여 명씩 출연해 신변잡담과 민감한 사생활을 털어놓는 프로그램을 집중 심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방송 광고나 인터넷 동영상의 선정성 폭력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KT는 최근 ‘올레’ 광고의 ‘금도끼편’과 ‘백만장자편’이 여성을 비하한다는 한국여성민우회의 지적을 받고 스스로 중단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이 경우 심의 시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다매체 시대가 열리면서 과도한 시청률 경쟁으로 인한 저질 프로그램의 범람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에도 KBS2 ‘미녀들의 수다’는 “키 작은 남성은 루저(패배자)”라고 한 발언을 그대로 내보냈다가 ‘관계자 징계’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그럼에도 방송 곳곳에서 저질 잡담이나 막말 등이 이어지는 이유는 방통심의위의 부주의와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서 이날 기자에게는 집중 심의 의지를 밝히는 이 위원장의 목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방통심의위가 전방위 무기한으로 의지를 밝힌 만큼 그 성과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건강한 웃음을 돌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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