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분교 학생들과 김봉천 이경(왼쪽)이 수업을 끝내고 대이작도 나루터 옆 바위에 모였다. 전교생이 모두 9명이지만 이날 2명이 뭍에 나가 7명만 학교에 나왔다. 학생들 뒤로 영화 ‘섬마을 선생’에 등장한 ‘문희 소나무’가 보인다. 대이작도=황금천 기자
8일 오후 2시경 인천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도 선착장에서 300여m 떨어진 인천남부초등학교 이작분교. 1945년 문을 연 이 학교는 전교생이 고작 9명에 불과한 '미니' 분교다. 실내화를 갈아 신고 교실에 들어가 보니 7명이 원형 책상에 둘러앉아 자율학습을 하고 있었다. 전교생의 맏언니로 통하는 김가람 양(12)이 동생들 사이를 바삐 오가며 문제지 푸는 것을 도와줬다. 분교장인 류인환 교사(40)는 "3명의 교사가 학생 3명씩 맡아 가르치기 때문에 한 가족과 다름 없이 지낸다"고 말했다.
연안부두에서 44㎞정도 떨어져 있어 쾌속선을 타고 뱃길을 따라 1시간 반 남짓 가야 도착하는 대이작도에는 늘 '섬 마을 선생'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 마을~'로 시작하는 가수 이미자의 히트곡 제목을 따 1967년 제작된 영화 '섬 마을 선생'(감독 김기덕)이 이 섬에서 촬영됐기 때문.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의 하나로 꼽히는 이 영화는 서울에서 의대를 휴학하고 내려온 총각 선생과 섬 처녀의 수채화 같은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문명과 단절된 채 살아온 섬 주민과 총각 선생의 갈등도 함께 다뤘다. 당시 최고의 인기배우였던 오영일(총각 선생분), 문희(섬 처녀분), 안은숙(총각선생 약혼녀분), 김희갑 등이 출연했다.
영화를 촬영할 당시만 해도 주민이 400여 명이 넘었다. 두 달 이상 영화가 촬영되는 동안 주민들 대부분 단역으로 출연한 때문인지 주민들의 섬과 영화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다. 이작분교 학생들도 영화의 스토리와 주요 촬영장소를 줄줄이 꿰고 있다. 총각 선생님의 제자로 출연했던 강태무 이장(49)은 "일당 10원을 받아 친구들과 사탕을 사 먹으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갑자기 4학년 김근태 군(10)이 "대이작도에 왔으면 '문희 소나무'를 봐야 한다"며 기자의 손을 잡아끌었다. 배우 문희가 이 소나무에 기대서 총각 선생이 타고 떠나는 배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김 군은 "이 곳에서 내려다보면 선착장을 오가는 여객선과 어선이 한눈에 들어와 가슴이 탁 트여 좋다"고 말했다. 전교생의 막내인 1학년 강바다 군(7)에게 섬 생활이 불편하지 않느냐고 묻자 천진난만한 대답이 돌아왔다. "도시 친구들이 부러운 것은 없어요. 하지만 자장면과 햄버거를 파는 식당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히히…"
대이작도=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