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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닥터/안보윤 지음/272쪽·1만 원·이룸
한 남자가 정신과 의사 닥터 팽에게 상담을 받고 있다. 환자보다 정신과 의사 상태가 더 안 좋아 보인다. 닥터 팽은 기괴한 분장에 안 어울리는 홈드레스를 입고 여자처럼 굴고 있다. 얼굴에 수염 흔적이 역력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남자는 닥터 팽을 미심쩍어하면서도 상담이 시작되자 자신의 어린시절을 이야기한다. 춤바람이 나서 아들의 교육이나 양육에는 관심이 전혀 없던 어머니와 교통사고로 죽어버린 누나, 아들을 장애인으로 만들어 보험금을 타내려고 하는 아버지. 중간 중간 남자의 진술은 번복된다. 누나가 죽은 날짜는 수시로 달라지고, 아버지는 언젠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계간 ‘자음과모음’이 주관하는 자음과모음 문학상 제1회 수상작인 이 작품은 현실과 환각의 경계를 이리저리 넘나든다.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하고 직장을 잃은 고등학교 세계사 교사인 ‘나’는 법원의 지시로 정신과 의사 닥터 팽에게 상담을 받게 된다. 의사 이름이 비범치 않다는 점, 만날 때마다 옷차림이나 말투가 바뀐다는 점, 의사이기 이전에 출퇴근 길 지하철에서 마주치던 성가신 잡상인이었다는 점 등의 단서들은 닥터 팽의 정체에 대한 의심을 미리부터 품게 한다. ‘나’는 닥터 팽과의 의무 상담이 매우 불만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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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진술에는 신빙성이 없고 닥터 팽의 존재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 그들의 실체를 암시하는 흔적들은 여러 군데 흩어져 있다. 소설은 ‘나’와 닥터 팽의 교란작전 뒤에 가려진 숨은 진실이 무엇인지를 조금씩 드러내 간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