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원 20여명 동반사퇴 밝혀… 충청 세종시 반발에 기름 부은 셈李 “절대 탈당 하는 일 없을 것” 충청맹주 겨냥 친박과 제휴 포석MB “만나서 함께 고민” 제의 불발靑 “안타깝지만 충청 설득 계속”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 이완구 충남지사가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사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종승 기자
○ 지사직 사퇴의 정치적 배경은
광역단체장 사퇴는 김혁규 경남지사가 2006년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당적을 버리면서 지사직까지 사퇴한 후 처음이다. 이 지사의 사퇴는 정부 정책에 대한 반발로 나온 것이어서 이례적이다. 이 지사는 다만 “절대 탈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내년 지방선거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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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지사의 사퇴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수정안에 부정적인 지역 민심을 발판 삼아 향후 ‘충청의 대표 주자’로서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해 사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썼다”는 얘기가 나온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와 선진당을 탈당한 심대평 의원이 충청권 맹주 자리를 놓고 겨루는 상황에서 이 지사가 이 경쟁에 뛰어들려고 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특히 그가 지사직을 사퇴하면서도 탈당은 하지 않은 것은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손잡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앞으로 여권의 권력지형 재편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라는 얘기다. 서울의 한 재선 의원은 “정부 정책이 맘에 들지 않으면 탈당을 하고 지사직은 지키는 게 상식 아니냐”며 “정부의 수정안이 나오면 충청도민의 판단을 지켜본 뒤 사퇴해도 늦지 않은데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 고민 깊어지는 청와대
청와대는 이 지사의 사퇴에 대해 “예견된 일”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내부적으로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명박 대통령은 주초에 박형준 정무수석을 대전으로 보내 이 지사에게 “지사직을 유지하면서 함께 고민해보자”며 간곡한 만류의 뜻을 전달했다. 이 대통령은 또 박 수석을 통해 “가능하면 직접 한 번 꼭 만나서 얘기를 해봤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지사는 “이미 결심을 한 마당에 (대통령을) 만나면 오히려 대통령에게 부담만 된다”며 완곡히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이 지사의 사퇴에 대해 “안타깝다”면서도 “마지막까지 진정성을 갖고 충청도민을 설득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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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 李지사 일문일답
“대통령의 진정성 이해, 정책 의견 다른 것일 뿐”
이완구 충남지사는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사직 사퇴 배경을 밝히면서도 탈당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자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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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나라당을 탈당하지 않나.
“(정부와) 정책적으로 의견이 다른 것일 뿐이다. 다른 가치와 철학을 갖고 있다 해도 당내에서 대화하고 타협하고 싸우는 것이 진정한 정당정치다. 탈당은 절대 없다. 한나라당을 굳게 지킬 것이다.”
―차기 도지사직에 출마하나.
“현재로선 전혀 생각이 없다. 지금 몸과 마음이 지쳐 있다. 좀 쉬겠다. 정치 활동 계획도 전혀 없다. 당분간 외국에 나가 머리도 식히고 공부도 하겠다.”
―수정안이 나온 이후에 활동은….
“국회 논의과정을 조용히 지켜보고 세종시 문제에 지혜가 필요하면 조언하겠다. 국회에서 부르면 내 소견을 말하고 논의할 생각이다.”
―이 대통령을 이해한다는 얘기는 그 생각에 공감한다는 건가.
“아니다. 세종시 원안 고수 주장엔 변함없다. 국정에 대한 대통령으로서의 고뇌와 진정성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