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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오프블로그]전자기기 ‘나만의 로망’과 손 잡다

입력 | 2009-12-01 03:00:00

페라리 넷북-바비얼굴 새긴 MP3-헬로키티 카세트




최근 출시되는 전자기기들은 소년소녀 시절의 ‘로망’을 깨우고 있습니다. 첨단제품의 홍수 속에서 기능만으로 차별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춘기 시절 영화를 보며 친숙해진 스포츠카 페라리는 11월 대만의 PC업체 에이서의 미니노트북(넷북) ‘페라리원 200’으로 거듭났습니다. 페라리원 200은 넷북 자체가 빨간색 페라리 한 대를 연상케 합니다. 넷북의 빨간색 커버에는 페라리 특유의 노란색 로고가 새겨져 있습니다. 제품 아래 받침에는 페라리의 바퀴 무늬까지 있습니다. 페라리원 200은 에이서가 2004년부터 페라리와 함께 설계한 것으로 ‘에이서=저가 메이커’라는 인식을 깨뜨리는 데 한몫한다고 합니다.

하늘을 휙휙 날아다니며 공중전을 펼치는 무림고수가 되고 싶었던 소년은 최근 나온 노트북 덕분에 언제 어디서건 엔씨소프트의 게임 아이온을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아이온은 사용자가 3차원(3D)의 가상세계에 들어가 자신의 분신인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공중을 날게 하면서 종족 간 갈등을 풀어나가게 합니다. 동시 접속자가 국내 최초로 2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지만 기존에는 데스크톱 PC를 통해서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아이온의 실감나는 3D 그래픽을 돌리려면 고성능 PC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LG전자는 이를 감안해 엔씨소프트, 인텔과 손을 잡고 인텔의 ‘쿼드 코어 프로세서’와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고성능 노트북 ‘엑스 노트 R590 아이온 에디션’을 내놓았습니다. 7월에 나온 2500대의 한정 판매량이 현재 모두 소진됐다고 합니다.

팬택계열의 ‘스카이 듀퐁폰’은 휴대전화 윗부분을 명품 듀퐁 라이터의 뚜껑처럼 만들었습니다. 뚜껑을 여닫는 것으로 잠금 기능을 쓸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또 잠금 기능을 쓸 때 ‘퐁∼’ 하는 듀퐁 라이터 고유의 소리를 재현했습니다. 광고의 줄거리도 책에서 막 뛰어나온 어린 왕자가 듀퐁폰을 만나 남성으로 재탄생하는 내용입니다. 남자가 되고픈 소년의 로망을 대대적으로 내세운 것입니다. 그 덕분인지 듀퐁폰은 하루 평균 개통 대수가 550여 대(11월 기준)에 이를 정도로 반응이 좋습니다.

‘소녀들의 로망’으로 치자면 미국 마텔사의 바비인형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노디자인의 자회사 이노맨은 바비인형의 얼굴을 새긴 MP3 플레이어 ‘INNI-B2 바비’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여자아이라면 누구나 바비인형 한두 개씩 갖고 있던 걸 감안해 내놓은 제품입니다. 특히 이 제품에는 뚜껑이 달려 있는데 뚜껑을 열면 작은 거울이 붙어 있어서 여성용 콤팩트 파우더와 비슷합니다. 빨리 어른이 돼 화장하고 싶어 하는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인켈의 ‘헬로키티 IP-104C 포터블 CD 카세트’는 헬로키티의 캐릭터를 사용했습니다. 1974년 탄생한 헬로키티는 현재 나이 35세입니다. 이 제품은 헬로키티와 동년배인 30대 엄마들이 어린 딸에게 주려고 많이 구입한다고 하네요.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