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아닌 국가기관 보고서 ‘부적절한 봉헌’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성대경 위원장과 노경채 상임위원 등 위원회 관계자들이 28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를 노무현 전 대통령 영전에 바친 뒤 절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사람 사는 세상’
27일 ‘친일반민족행위자’ 1005명의 명단을 공개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규명위) 관계자들이 다음 날인 28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 앞에서 헌화 참배했다.
노 전 대통령의 공식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규명위 관계자들이 봉하마을을 찾은 사실과 사진 등을 올려놓았다. 이에 따르면 성대경 위원장과 노경채 상임위원, 김삼웅 위원 등은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안내를 받아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총 2만1000여 쪽에 달하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보고서’ 25권을 영전에 봉헌했다. 이 자리에서 성 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 계셨다면 누구보다 기뻐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묘역을 둘러본 뒤 노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권양숙 여사를 접견한 자리에서도 성 위원장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대통령님 재임 중에 청와대에서 과거사 관련 위원회 위원장들과 간담회를 가졌었는데 그때 대통령님께 드렸던 약속을 오늘 지키게 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권 여사에게 보고서를 전달했다. 권 여사도 “대통령께서 보고서를 보셨으면 정말 좋아하셨을 것 같다. 고생 많으셨다”고 말했다.
2005년 4월 제정된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설치된 규명위의 탄생에 노 전 대통령이 깊이 관여했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27일 규명위가 공개한 보고서에 수록된 축사에도 “노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취임하면 과거 청산을 해야겠으니 그때 도와 달라’고 말했다”는 강만길 전 규명위 위원장이 전하는 일화가 소개돼 있다.
우정열 사회부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