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훈포장 취소 안될 것”
정부 기관인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의 친일행위자 명단에 훈·포장을 받은 이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국가로부터 불명예와 명예를 동시에 안게 된 이들이 나오는 모순적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군 장성 중에서는 고(故) 이응준 이종찬 장군과 백선엽 장군이 포함됐다. 이응준 장군은 초대 육군참모총장을 지냈으며 태극무공훈장과 1등 보국훈장을 받았다. 백 장군도 최초의 한국군 4성 장군으로 태극무공훈장 을지무공훈장 충무무공훈장을 받았다. 정부는 2010년 6·25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백 장군을 명예 육군 원수(5성 장군)로 추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 장군과 백 장군 측은 규명위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육군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이종찬 장군도 을지무공훈장 보국훈장을 받았지만 이번 명단에 포함됐다.
종교계에서는 대한민국 국민훈장을 받은 천주교 고 노기남 대주교가 포함됐다. 노 대주교는 프랑스 최고문화훈장과 이탈리아 문화훈장도 받았다. 김수환 추기경은 생전에 노 대주교가 친일명단에 거론되는 것에 대해 “단순히 그런 것(국민정신총동원 천주교연맹 이사직을 맡은 일)을 보고 친일이라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너무나 가벼운 행동이며 그런 어른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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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배상명 상명여사대(현 상명대) 전 이사장은 문화훈장 국민장과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고 송금선 덕성학원 전 이사장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국가 훈·포장을 관리하는 행정안전부는 “국가에 뚜렷한 공적이 있어 훈·포장을 받은 분들의 친일 여부가 훈·포장 수상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공적 내용이 허위라야 취소 여부가 검토될 뿐 (친일 등) 다른 잘못이 직접적으로 훈·포장 취소 검토 사유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