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훌리거니즘 집중분석 음주문화 경기일 취기 당연…禍 불러/ 부족주의 ‘우리는 하나’…적대심 커져
영국 축구팬들의 극성스러움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들의 극성스러움은 팀을 열정적으로 응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때론 제어할 수 없을 정도의 흥분으로 심각한 폭력사태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훌리거니즘(Hooliganism)’이라 불리며 사회 문제로 거론될 때도 있다. 이에 각 클럽과 경찰 당국은 계속해서 이들에 대한 주의를 강화해왔지만 훌리거니즘은 여전히 영국축구의 불명예로 남아있다.
○만취 팬들, 충성심이 집단 증오로
훌리거니즘은 1960년대 중반 미디어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축구장에서 팬들 사이에 발생하는 무질서한 폭력사태”를 일컫는다. 리버풀 대의 축구 경영 관리학과 죠프 피어슨 교수는 훌리거니즘을 두 가지로 구별 하는데, 첫 번째는 우발적이고 비교적 약한 레벨에서 발생하는 작은 싸움들 그리고 두 번째는 갱들과 연관되어 계획적으로 발생하는 폭력사태로 나뉜다. 이는 자기 자신을 클럽과 동일시하면서 다른 클럽을 적으로 인식하면서 발생하게 된다. 영국의 축구장에서는 어느 하나가 더 심각하다 할 것 없이 두 가지 모두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통계를 봐도 2003∼2004시즌에 훌리거니즘으로 인한 체포가 3982건, 축구장 출입 금지령은 2596건이 내려졌다가 2007∼2008시즌에는 체포가 3842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축구장 출입금지령이 3172건으로 그 수치가 여전히 증가하고 있으니 영국의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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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도 예외 없다
2009∼2010시즌 역시 축구장에서의 폭력사태는 이미 여러 번 발생했다. 현재까지 가장 큰 사건으로 기록된 것은 8월25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업튼 파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밀월과의 칼링컵이었다. 전통적으로 거칠다는 웨스트햄과 밀월의 두 서포터즈는 이번에도 그 명성을 이어가며 경기장에 침투하여 집단적인 싸움을 벌였고, 경기장 안으로 위험한 물건들을 던졌으며 경기장 밖에서 역시 작은 싸움들이 일어났다. 이에 CCTV에 잡힌 폭력 행사자들은 경찰에 체포되었고 보호명령을 받았다.
지난 주말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에버턴의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에서도 폭력사태가 나왔다. 맨유의 비디치와 에버턴의 욘 헤이팅아가 충돌해 헤이팅아의 오른쪽 눈밑이 찢어져 피가 흐르자 지고 있던 에버턴 팬들이 급격히 흥분해 에버턴 응원석에서 큰 싸움이 일어난 것이다. 팬들이 경기장까지 침입해 싸움을 벌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 주위에 있던 팬들은 물론 싸움을 말리던 경찰들과 안전요원들까지 모두 밀려 넘어지는 등 위험한 장면이 연출됐다.
경기장 가장 자리에는 관중들과 경기장을 분리하기 위한 울타리가 처져 있게 마련이지만 이런 폭력 사건들이 일어날 때면 어떻게 울타리가 그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었는지 비판의 소리가 높다. 안전요원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간혹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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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영국인들의 자랑거리이자 가족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여가생활로 자리 잡았다. 어린 아이들부터 노부부들까지 경기장을 찾는 영국이다. 하지만 훌리거니즘이 영국의 자랑거리를 망신거리로 만들고 있으니 영국 정부는 이를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맨체스터 | 전지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