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사형수 정남규, 비닐 쓰레기봉투로 자살사형집행 관련 메모 발견… 불안감에 우울증 증세 보여
부녀자와 초등학생 등 13명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사형이 확정된 연쇄살인범 정남규(40)가 구치소 독방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22일 법무부에 따르면 정남규가 21일 오전 6시 35분경 경기 의왕시 포일동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목을 맨 것을 구치소 근무자가 발견해 즉시 병원으로 옮겼지만 22일 오전 2시 35분경 숨졌다. 그는 3.3m²(약 1평) 남짓한 독방의 높이 105cm 정도의 TV받침대에 재활용 쓰레기를 담는 비닐봉투를 꼬아 만든 1m 정도의 끈에 목을 맸다. 외부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정남규는 응급처치 후 호흡과 맥박이 회복돼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정밀진료를 받은 뒤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하지만 22일 0시 50분경부터 상태가 악화돼 의료진이 심폐소생술 등에 나섰지만 회생하지 못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정남규는 2007년 4월 12일 사형이 확정된 지 31개월여 만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사형수가 교정시설에서 자살한 것은 살인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김모 씨가 2007년 2월 창살에 묶은 침낭 줄에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2년 9개월 만이다.
정남규를 치료한 전문의는 “저산소증(뇌손상)과 심장쇼크로 사망했다”는 1차 소견을 밝혔지만 법무부는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서울 부녀자 등 13명 살해… “부자 더 못죽여 안타깝다”▼
정남규(사진)는 13명의 부녀자와 초등학생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확정된 연쇄살인범으로 ‘제2의 유영철’로 불리고 있다. 그는 2004년부터 2년 동안 서울 서남부지역에서 부녀자를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한 이른바 ‘서울 서남부지역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 등 25건의 강도 상해 및 살인사건을 저질러 시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 당시 비슷한 수법의 살인이 비 오는 목요일에 집중 발생한 탓에 ‘비 오는 목요일 괴담’과 함께 ‘서울판 살인의 추억’으로 관심을 모았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