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사상이 담긴 조선시대 인물화/안휘준 민길홍 엮음/660쪽·5만8000원·학고재
여기에 소개된 28편의 논문 주제는 대부분 처음 학술적으로 조명을 받는 것들이다. 고사 인물화, 도석 인물화 및 보살도 등 그동안 소홀히 다뤘던 장르까지 고찰함으로써 조선시대 인물화 연구의 공백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김홍도의 불교인물화-화원이 그린 선종화의 경지’에선 단원 김홍도가 말년에 왜 불교 인물화에 심취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새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승려 그림(‘승하좌수도해도·乘鰕坐睡渡海圖’)을 통해 노년기 단원이 친불교 성향과 당시 조선 불교의 실상을 함께 탐구했다.
희귀한 초상화인 부부 초상에 대한 고찰도 흥미롭다. 조선 전기의 문신인 하연과 부인 성주 이씨의 초상을 고찰한 ‘하연 부부 초상’의 경우, 이 작품이 후대에 꾸준히 이모(移模)된 사실에 주목한다. 이 초상이 부부 금실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이모가 지속됐다는 분석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