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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오피스시장 찬바람… 임대료 내리고 공실률 급증
기업들 위기감 안풀려 신규 공급량도 넘쳐나
2년간의 리모델링 끝에 16일 재개관한 서울 중구 남대문로의 서울스퀘어는 올 1월 분양계약에 들어갔지만 16일 현재 계약률이 40%에 불과하다. 옛 대우그룹의 사옥으로 도심 한복판인 서울역 맞은편에 있고 한국 경제성장의 상징으로까지 불렸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저조한 성적이다. 현재 이 빌딩에 입주하기로 한 대기업 계열사는 LG이노텍과 SK그룹의 계열사 등 두 곳뿐이다.
국내 경기에 서서히 훈풍이 불고 있지만 오피스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혹한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의 부실이 경제 회생의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는 미국처럼 한국에서도 상업용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경기 회복에 암초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오피스빌딩 시장은 여전히 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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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서울 중구 서소문동 연면적 6만 m²의 A빌딩은 최근 새로 입주하는 기업에 한해 3.3m²당 1만 원 이상 낮춘 임대료를 제시하고 있다. 공실률이 48%로 절반 이상 비어 있는 데다 인근의 서울스퀘어나 삼성본관의 리모델링 등 신규 빌딩 공급이 예정돼 있어 임차인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공실률이 52%에 이르는 강남구 역삼동의 B빌딩 역시 최근 임대 관리 전문업체에서 컨설팅을 받고 임대료를 종전보다 7%가량 내린 3.3m²당 7만 원으로 결정했다.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세빌스코리아의 김정은 전략개발실 팀장은 “매년 물가인상률만큼 정기적인 인상을 해오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임대료가 하락한 빌딩은 서울 전체 빌딩의 10%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빌딩의 빈 공간도 계속 늘고 있다. 서울 빌딩 평균 공실률은 올 1분기 평균 2.0%, 2분기 3.4%, 3분기 4.1%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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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층빌딩 2, 3년 뒤 넘쳐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경기에 후행하는 빌딩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또 국내총생산(GDP) 등 경기지표는 호전되고 있지만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여전히 안 좋은 데다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기업도 많다. 여기에 내년 금리 인상까지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기업들은 고정 비용을 계속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신규 공급을 앞두고 있는 초고층 빌딩이 많아 공실률이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제2롯데월드 타워(122층·555m), 용산지구 랜드마크 타워(150층·650m), 마포구 상암동 상암DMC 터의 서울라이트(133층·640m) 등이 완공되는 시점에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국내 빌딩 시장이 연쇄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영에셋 홍순만 이사는 “초고층 빌딩들이 입주하는 시점을 전후해 2, 3년간 빌딩 시장의 침체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도심 주요 빌딩의 값비싼 임차료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은 일부 외국계나 대기업 등으로 극히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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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