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슈이치 신작요노스케 이야기
설레는 캠퍼스 생활…만남과 이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청춘 회고록
故 이수현씨 사고 다룬 결말 부분
‘요노스케 이야기’를 읽으며 내내 의문이 들었다. 작가를 만날 수 있다면 이렇게 물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스토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지극히 평범한, 시골에서 도쿄로 올라와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한 청년의 이야기이다. 삶의 에피소드가 끊임없이 솟아오르며 독자의 눈길을 인도한다. 문장력은 당연히 흠 잡을 데가 없다.
저자 요시다 슈이치는 2002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자인 것이다.
‘요노스케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그의 전 생애를 펼쳐 보이는 것도 아니다. 딱 1년이다. 그가 대학에 입학하고, 주변인들과 관계를 맺고, 헤어지는 이야기이다. 중간 중간 중년이 되어 버린 주변인들의 회고가 삽입된다.
그나마 그들은 요노스케의 이름조차 희미하게 기억할 뿐이다.
‘흥미롭지만 그냥 그렇고 그런 청춘소설의 하나’라는 도장을 한 손에 쥔 상태에서 마지막 부분을 읽었다. 그를 알았던 사람들은 어느 날 마흔 살 사진작가 한 명이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한국인 청년 한 명과 함께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희미해져버린 기억들이 역류하기 시작한다. 요코미치 요노스케. 그의 이름은 그토록 소중했던, 무엇과도 바꾸지 않으리라 여겼던 청춘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모두가 달라졌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이다.
‘요노스케 이야기’의 마지막 몇 페이지가 보여준 압축된 힘은 대단했다. 과연 요시다 슈이치구나 싶다. 그는 2001년 겨울 도쿄 야마노테선 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려다 숨진 고 이수현 씨와 일본인 사진작가 세키네 시로 씨의 사고에서 소설의 아이디어를 얻었을 것이다.
파랗게 칠한 유리창 너머로 잿빛 하늘을 올려다보는 듯한 작품. 소설 중 누군가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요노스케와 만난 인생과 만나지 못한 인생이 뭐가 다를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봤다. 아마도 달라질 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청춘 시절에 요노스케와 만나지 못한 사람이 이 세상에 수없이 많다는 걸 생각하면, 왠지 굉장히 득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요노스케가 있을 것이다. 궁금하다. 과연 나는 내 인생에서 어떤 요노스케와 만났을까. 아니면 만나게 될까.
<요노스케 이야기>
요시다 슈이치 저·이영미 옮김|은행나무|1만3000원
● 신간소개
○비상-태양을 향한 꿈과 열정의 도전
국가대표 스키점프팀 저·박수경 정리|시공사|1만2000원
800만 관객을 감동시킨 영화 ‘국가대표’의 실제 이야기. 대한민국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들의 영화 같은 삶을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 할 수 없었던, 영화와는 다른 진솔한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
4명의 선수와 한 명의 코치. 세상의 무관심과 설움을 딛고 국제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들의 당당한 청춘 스토리는 소설보다 더 소설처럼 읽힌다.
○때로는 나에게 쉼표
정영 저|달|1만3000원
그는 무슨 생각으로, 이토록 많은 곳을 다녔을까. 일관성도 없고, 계획도 보이지 않는 이런 ‘무작정 여행’을 그는 왜 떠났을까. 그리고 왜 책으로 썼을까.
여행을 흔히 ‘삶의 쉼표’라고 말한다. 정영은 우리에게 ‘이제 그만 쉼표를 찍으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는 그저 고단한 삶 자체가 우리들의 아름다운 여행이라고 이야기할 뿐이다. 그리고 떠날 뿐이다.
그의 15년 여행 공력이 담긴 책이다. 읽다 보면 모르는 새, 마음에 쉼표 하나가 새겨진다.
○설득의 비밀
EBS제작팀·김종명 저|쿠폰북|1만4800원
EBS 다큐프라임에서 국내 최초로 시도한 시추에이션 다큐멘터리 ‘16인의 성공 도전, 설득의 비밀’을 책으로 엮었다.
총 5부로 나누어 방영된 이 프로그램의 주제는 ‘설득’이었다.
‘설득의 비밀’에는 다큐멘터리에 미처 담지 못한 전문가들의 깊이있고 폭 넓은 견해와 설명이 더해져 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협상 전문가들의 설득 노하우가 읽을 만하다. 이 책은 말한다.
“설득은 말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잘 듣는 데에 있다.”
“누구나 설득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한국인에게만 통하는 한국형 설득이 따로 존재한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설득은 상대방을 ‘꺾는’ 기술이 아니라 ‘함께 이기는 기술’이라고.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