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운현궁에서 ‘450년 사랑’이라는 국악뮤지컬이 공연됐다. 주최 측이 마련한 좌석 200개가 모두 찼다. 이에 앞서 충북 단양군에서 열린 이 뮤지컬은 주민 500여 명이 관람했다. 조선시대 최고의 유학자인 퇴계 이황과 당시 단양의 기생인 두향의 사랑을 그린 이 뮤지컬이 올해 7월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이후 점차 눈길을 끌고 있다. 얼핏 어울리지 않을 듯한 퇴계 선생과 기생의 관계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도 특징이다.》
■ 국악뮤지컬 ‘450년 사랑’ 공연 전미경 안동국악단장
전미경 안동국악단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7일 영남대에서 국악과 학생들과 국악콘텐츠 개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권효 기자
광고 로드중
경남 마산이 고향인 그는 안동에 살게 되면서 ‘어떻게 하면 안동의 전통문화에 국악을 섞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2년 전 안동시 담당부서를 무작정 찾아가 안동의 멋을 위해 국악을 활용하는 계획을 설명했다. 안동에 널려 있는 고택을 국악과 접목하면 좋은 콘텐츠가 될 것이라는 계획이었다. 퇴계 선생과 두향의 이야기를 들은 그가 김준한 안동영상미디어센터 이사장(60·전 EBS 제작국장)과 머리를 맞대고 개발한 것이 바로 ‘450년 사랑’이다. 이 뮤지컬은 일반 공연장이 아니라 퇴계 선생이 공부했던 고택 같은 문화재를 무대로 활용한다는 점이 좋은 아이디어였다. 관광객이 곧 관객이 되기 때문. 이 뮤지컬이 공연될 때 무대 주변에서는 안동포에 매화를 그린 소품을 비롯해 엽서와 국화차 등을 판매한다. 매화는 두향이 퇴계 선생과 헤어질 때 선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남대 국악과 겸임교수인 그는 최근 대학에서 국악과 학생들과 새로운 국악콘텐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설 자리가 좁은 국악이 생존하려면 새로운 콘텐츠 개발 이외에는 길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안동은 독립운동의 고장인데 국악으로 되살릴 수 없을까’ 등의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전 단장은 “내년에 안동에서 선보일 국악인형극에 국악과 학생 10명이 일하게 됐다”며 “국악을 다양한 분야와 자꾸 접목해 나가면 졸업생들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길도 넓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의 수업을 듣는 대학원생인 장정문 씨(34·김천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는 “‘450년 사랑’을 통해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