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창단된 동춘서커스단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관객 감소와 재정난 때문이다. 1960, 70년대 화려한 곡예와 마술쇼로 천막 속의 수많은 관객을 사로잡았던 동춘서커스. 하지만 국내 서커스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관객은 줄었고 공연장 섭외도 어려워졌다. 무대에 설 사람도 부족해져 지금은 단원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과 중국 조선족이다.
동춘서커스단의 일일 공연은 이달 중순 잠정 중단된다. 더는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동춘서커스단의 박세환 단장은 “지금은 힘들어 잠시 쉬지만 꼭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행스럽게 경기 수원시가 무상으로 3개월간 수원야구장 주차장 공간을 내주기로 해 공간 확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상황이 다소 나아지고 박 단장이 의지를 불태운다고 해도 관객이 계속 줄어든다면 서커스단은 영영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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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춘서커스 84년 역사는 우리의 문화다. 그냥 내버려두어선 곤란하다. 정부 예산을 지원해 보존하도록 해야 한다.”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서커스에 국민의 예산을 지원한다는 것은 세금 낭비다.” 여기에 “현재 중국인과 중국 조선족이 단원의 절반이 넘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 세금을 지원해야 하는가”라고 의문을 표하는 사람도 있다. 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논의에 앞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 ‘동춘서커스 84년 역사’에 대한 진정한 관심이다. 그 관심의 첫걸음은 동춘서커스의 역사에 대한 기록과 연구여야 한다. 이를 위해선 동춘서커스를 20세기 민속 또는 근대 무형문화재로 보려는 시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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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중요한 것은 이 동춘서커스가 20세기 우리네 애환을 고스란히 간직한, 살아있는 생활민속의 하나라는 사실이다. 지원 방식을 놓고 이견은 있을 수 있지만 그 역사를 기록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동춘서커스의 미래에 관한 논의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것이 한 시대를 함께했던 서커스에 대한 우리의 예의다.
이광표 문화부 차장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