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차례/김명인 지음/121쪽·7000원·문학과지성사
‘파문’ 이후 4년 만에 출간한 김명인 시인(63)의 신작 시집. 시인은 현재 속에 잠재돼 있는 과거와 미래, 그리고 그 속에 응축돼 있는 또 다른 생의 겹을 펼쳐 보인다. 시집 제목인 ‘꽃차례’는 꽃이 대궁 위에 붙기까지의 순서를 뜻한다. 씨앗에서부터 꽃잎을 달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꽃차례라는 단어가 포괄하고 있듯 시인은 시 한 편 한 편에서 무수한 시간, 광활한 공간을 끌어안는다.
“저녁이 와서 하는 일이란/천지간에 어둠을 깔아놓는 일/그걸 거두려고 이튿날 아침 해가 솟아오르기까지/밤은 밤대로 저를 지키려고 사방을 꽉 잠가둔다… 이봐, 할 말이 산더미처럼 쌓였어/부려놓으면 바다가 다 메워질 거야/그럴 테지, 사방을 빼곡히 채운 이 어둠을 좀 봐/망연해서 도무지 실마릴 몰라”(‘천지간’ 중에서)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