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경 대장군께 벼 한 섬을 地代로 올립니다”1208년 2월 출항 뒤 난파, 젓갈-가오리-청자도 실려“지방서 올린 조세-공물로 추정 당시 생활상 밝힐 중요 자료”
2009년 6월, 태안 해저에서 난파한 화물선 한 척이 발견됐다. 배에서는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죽간(竹簡·글씨를 적어 놓은 대나무 조각)이 유물과 함께 나왔다. 800년 전 해양물자의 이동 기록이 이 죽간을 통해 낱낱이 밝혀진 것이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4일 오전 서울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브리핑을 갖고 “4월 26일부터 마도 앞바다에서 수중발굴조사를 해 고려시대 침몰 선박에서 죽간과 목간(木簡) 64점, 여러 종류의 곡물, 도자기 등 1400여 점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고려시대의 죽간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도 1호선’이라고 이름 붙은 배는 길이 10.8m, 중앙 폭 3.7m 규모로 이달에 인양할 예정이다.
최연식 목포대 사학과 교수는 “죽간에 나오는 전출(田出)이란 말을 보면 곡물은 당시 토지의 소유나 운영권을 가졌던 개경의 실력자에게 지방에서 지대(地代)나 조세(租稅)를 올렸던 것으로 볼 수 있고 함께 기록된 젓갈, 생선 등은 공물(貢物)로 추정된다”며 “이번 유물은 고려시대 경제제도를 밝히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승반(받침접시), 2개의 투각 받침대가 한 묶음인 청자상감표주박모양 주전자가 함께 발굴됐다. 이 청자는 보물급으로 평가받는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600여 년 만에 모습 드러낸 ‘비색 청자기와 건물’
태안 마도 앞바다 고려 화물선 발굴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