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야만 이분법 무너뜨린‘루소 이후 가장 박식한 지성’
그의 뒤를 이어 ‘콜레주 드 프랑스’의 인류학연구소를 맡고 있는 필리프 데스콜라 소장은 3일 “그는 2년 전 대퇴부 골절상을 입은 이후 쇠약해졌으며 결국 노환으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파리고등사회과학연구원(EHESS)과 플롱 출판사는 “그의 시신은 이미 부르고뉴 지방 코트도르의 리뉴롤에 묻혔다”고 전했다.
철학에서 인류학까지, 음악 미술에서 요리까지 종횡무진하며 다양한 관심을 학문 속에 담아낸 레비스트로스는 프랑스 지성사에서 루소 이래 가장 박식한 학자로 꼽힌다. 원시인의 사유도 서양인의 사유와 마찬가지로 나름대로 논리적 구조를 갖고 있다고 주장해 서양 우월주의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 프랑스로 돌아왔으나 나치 치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1941년 미국 뉴욕으로 떠났다. 1959년 콜레주 드 프랑스의 인류학 석좌교수로 임명돼 1982년 퇴임 때까지 가르쳤다. 지난해에는 살아있는 사람으로서는 드물게 ‘라 플레이아드’ 총서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로만 야콥슨 등 구조주의 언어학자들의 영향을 받아 구조주의 인류학을 개척했다. 구조주의 인류학이란 문화나 문명은 열등과 우등, 현대와 야만이라는 가치가 개입된 기준에 의해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높음과 낮음, 안과 밖, 사람과 동물, 삶과 죽음, 남과 여 같은 ‘이항(二項) 대립’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문화는 이러한 구조와 도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친구이자 철학자인 카트린 클레망 씨는 일간 르 피가로에 “그가 원시적 사유는 원시인의 사유가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원시적 사유라고 설명할 때 원시인과 우리 사이에 어떤 정신적 기능의 차이도 없어졌다”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적 혁명”이라고 말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