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는 선포만 해놓고 관망
전남대 경영학부 이수열 교수 연구팀의 ‘저탄소 경영전략 연구’에 따르면 포스코와 같은 기업은 ‘혁신형’ 환경경영을 추진하는 기업이다. 연구팀은 2008년 1월 1일부터 올해 4월 24일까지 환경경영을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포한 기업 177개를 조사했다. 이 가운데 5.1%의 기업만이 생산 과정에서 친환경적인 방식을 도입하고 새로운 환경 관련 사업 분야를 찾았다. 하지만 대다수인 68.9%의 기업들은 환경경영을 공언하면서도 실제로는 어떤 구체적인 실천도 하지 않았다.
○ 말만 앞선 녹색 성장
광고 로드중
연구팀은 기업이 환경경영을 추구하지 않았을 때 생기는 위험을 회피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기울이는지 살폈다. 또 환경 관련 신사업을 얼마나 추구하는지도 기준으로 삼았다. 이 두 기준에 따라 기업을 △위험 회피와 기회 창출을 동시에 추구하는 ‘혁신형’ △위험 회피는 적극적이나 기회 창출은 소극적인 ‘내부탐색형’ △기회 창출은 적극적이나 위험 회피에는 소극적인 ‘외부 탐색형’ △구체적인 행동에는 소극적이지만 환경경영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뒤 상황을 살피는 ‘외부분석형’으로 나눴다.
조사 대상 177개 기업 가운데 68.9%인 122개 기업이 바로 ‘외부분석형’ 기업이었다. 환경경영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인식이 점점 높아지자 일단 대응은 시작했지만 구체적인 실천은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다.
○ 앞서가는 환경경영 기업
적극적으로 예상되는 위험을 피하고, 신성장동력을 환경경영에서 찾는 ‘혁신형’ 기업은 9개였다. 포스코, SK에너지 등 대형 장치산업에 속한 대기업들이 주로 이런 기업들이다. 이들은 에너지 사용량이 많아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타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기울인다. 예를 들어 SK에너지는 석유 제품의 유황 함유량을 크게 낮춰 위험을 회피한다. 또 태양전지 사업에 투자하는 등 대체에너지 사업에도 관심이 높다.
‘내부탐색형’ 기업으로는 LG디스플레이를 예로 들었다. 공장을 운영하며 생기는 열을 활용해 공장과 사무실 난방에 쓰고,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CO2)의 양도 모두 공개한다. 환경 관련 신사업을 벌이지는 않지만 기존 사업을 친환경적으로 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광고 로드중
연구를 이끈 이수열 교수는 “유럽과 일본의 환경경영 선진국에선 기업 대부분이 ‘혁신형 기업’의 방향을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상황”이라며 “국내 산업계에서도 ‘외부탐색형 기업’들이 전략을 이런 방향으로 적극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