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일각 국민투표 주장에 野 “실현 가능성 없는 꼼수”투표땐 결과해석 문제 불거져 정권 중간평가로 변질 우려도안상수 “무익한 논쟁 중단을” 친박 “鄭총리 자제하면 된다”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 일부 의원이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쳐 결론내자고 제안한 것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대안을 내놓을 때까지는 무익한 논쟁을 중단하자”고 제안하며 불끄기에 나섰지만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은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선택이 아니었다”며 “정치권의 부실한 결정을 바로잡고 소모적 논쟁을 막기 위해 국민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국민투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이날 KBS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국민투표는 국가 안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종시 문제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충청권 인구가 얼마 안 되니 수로 밀어붙이겠다는 불쾌한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도 “여야가 오랜 토론 끝에 합의 처리한 법을 지키지 않기 위해 국민투표를 주장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 친이계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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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친이계 내부에서도 “국민투표는 ‘마지막 선택’이 돼야 한다”는 신중론이 만만찮다. 한 친이계 핵심 의원은 “국민투표를 하면 대통령에 대한 신임투표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친이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 소속 의원 40여 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만찬 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의 공동 간사인 임해규 의원은 “오늘은 안경률 의원을 대표로 선출한 뒤 처음 갖는 친목 모임이었다. 세종시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결집하는 친박계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여의포럼은 3일 국회에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당초 세종시 문제를 논의하려 했으나 막판에 제외했다. 불필요한 논란을 피해기 위해서다. 박 전 대표가 이날 모임에 불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토론회 직후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만찬에는 정몽준 대표도 참석했다. 정 대표와 친박 의원들은 막걸리와 맥주를 섞은 ‘화합주’를 마셨다고 한다. 한 의원은 “정 대표가 참석한 자리에서 세종시 문제를 꺼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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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시 국민투표 법적 근거 있나?
일부 친이계 의원이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법적 근거는 헌법 제72조다. 이 조항은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돼 있다. 세종시 문제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헌법학자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서울대 성낙인 교수는 “헌법 자구에 얽매일 필요 없이 직접 민주주의를 도입한 이상 세종시 문제를 국가의 주요정책으로 봐서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강대 임지봉 교수도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에게 국민투표 부의 권한과 대상에 대한 넓은 재량을 주는 조항이기 때문에 세종시 문제를 놓고 국민투표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세종시 문제도 정부의 행정수도 기능의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중대한 국가대사”라고 강조했다.
반면 서울대 정종섭 교수는 “1980년 개헌 이후 우리나라엔 정책에 대해 일반적 국민투표를 하는 제도가 없다. 따라서 세종시 문제는 국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허영 헌법재판연구소 이사장도 “세종시 문제는 국가안위에 대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볼 수 없다. 헌법 조문을 확대 해석하더라도 국민투표 요건으로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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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가 지난달 26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종시 원안 수정이 40.5%, 원안 추진이 36.3%로 나왔다. 근소하게 원안 수정 여론이 높지만 국민투표가 실시된다면 그 결과를 쉽게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 우여곡절 끝에 국민투표를 한들 그 결과를 놓고 다시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친다고 해도 그 결과를 놓고는 정치적 해석을 할 수밖에 없어 정치적 논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 제130조엔 헌법개정안의 국민투표를 실시했을 경우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투표자 과반이 찬성하면 헌법개정안이 통과된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하지만 헌법개정이 아닌 중요정책에 대한 국민투표에 대해서는 이같이 가부를 구분하는 규정이 없다. 현행 국민투표법에는 “국민투표 결과를 대통령이 즉시 공포해야 한다”고만 돼 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