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18년 만에 진실게임 2R 국과수 “김기설씨 유서와 필적 일치”… 고법, 재심 수용檢 “14년 지나 제출… 조작 의혹” 항고 이유서 또 제출강씨 측 “김씨 필적 밝힐 새 증거… 조작할 이유 없어”
1991년 일어난 대표적 공안사건인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재심(再審) 문제를 둘러싸고 강기훈 씨 측과 검찰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서울고법이 9월 강 씨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자 검찰은 대법원에 항고했다.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재심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는 새로 발견된 증거물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노트’와 ‘낙서장’의 진실성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새 증거물 ‘조작 가능성’ 놓고 논란
광고 로드중
그러나 검찰은 한 씨가 사건 당시 법정에서 김 씨의 필적이 담긴 서류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증언한 뒤 14년이 지나 증거물을 내놓은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재판부가 김 씨의 업무일지,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수첩, 메모지 등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에 미뤄 새 증거물의 조작 가능성도 의심해 봐야 한다”며 “국과수가 새 증거물과 유서의 필적 일치 여부는 감정했지만 다른 증거물과의 필적 일치 여부는 따져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강 씨의 변호를 맡은 이석태 변호사는 “노트와 낙서장을 사후에 조작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당시에는 필적을 대조할 증거물이 적었지만 이번에 김 씨의 필적이 새로 발견되면서 국과수의 감정 결과가 바뀌었고 법원도 이를 근거로 재심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 대법원 “재심 결정에 시간 걸려”
서울고법은 “한 씨가 노트와 낙서장의 존재를 알았다면 의도적으로 숨길 이유가 없고, 강 씨와 아무런 관계도 없어 거짓 진술을 할 동기가 없다”고 재심 결정 이유를 밝혔다. 또 “2007년 국과수의 감정 결과가 1991년 감정 결과보다 객관성과 신뢰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시 유죄 판결에 영향을 줬던 정황 증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광고 로드중
이 사건은 1991년 5월 당시 전민련 사회부장이던 김 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서강대 옥상에서 유서 2장을 남기고 분신자살하자 검찰이 당시 전민련 총무부장 강 씨를 김 씨의 유서를 대필했다는 혐의(자살방조)로 기소한 사건이다. 당시 강 씨는 징역 3년에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1994년 8월 만기 출소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