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세 ‘얼짱’ CEO, 인터넷 쇼핑몰 수십억 ‘대박’ 사연
2일 오후, 서울 강남 길거리 한복판에서 화보촬영이 한창이다. 영하권을 맴도는 강추위 속에 카메라 셔터 소리가 찰칵거린다. 장 대표는 웬만한 쇼핑몰 화보는 직접 모델로 나선다. 그녀는 “인건비 절감도 되고 초창기부터 해 온 일이라 크게 힘들지 않아요”라며 “‘쭉쭉 빵빵’ 모델은 아니지만 고객 분들이 그런 평범함을 좋아해주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가 처음 쇼핑몰을 시작할 때 가진 돈은 500만원이 전부였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다. 2004년, 지금처럼 인터넷 쇼핑몰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사업은 그리 만만한 게 아니었다. “처음 쇼핑몰을 운영할 때는 돈에는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저 옷이 좋고 예쁜 옷 등록하고 보는 게 만족스러웠죠. 근데 어느 날 보니 옷 한 벌도 팔지 못하는 날이 늘어나더라고요. 월세도 밀리고 부모님께 자꾸만 손을 벌리게 되는 게 너무 죄송했어요.” 야금야금 부모님께 빌린 돈이 급기야 수천만 원이 넘었다. 두세 명 밖에 안 되는 직원들마저 그를 떠났다. 그때부터 이를 악물고 하루 한두 시간만 잠을 자가며 동대문 도.소매점을 ‘내 집’처럼 드나들었다. “어떤 물건이 잘 팔릴지, 소비자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할지 등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요”라며 유명 쇼핑몰 분석과 시장조사에 집중했다. 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화보촬영은 직접 모델로 나섰다. 쇼핑몰의 ‘생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빠른 업데이트를 위해 일주일에 5일을 화보촬영을 했다.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인터넷은 속도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해요. 비슷한 옷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빠르게 대응을 해야 소비자들의 눈을 즐겁게 할 수가 있잖아요”라며 판매 전략을 말했다.
장 대표는 몇 년 전 부모님께 빌린 돈을 다 갚았다. 지금은 모든 돈 관리를 부모님께서 하신다. ‘대박’ 사장님의 한 달 용돈은 얼마나 될까? 그는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부모님께 타서 쓰는 편이라 정확히 얼마인지 모른다고 했다. “근데 아무리 많이 써봐야 100만 원을 안 넘어요. 힘들게 벌어서 그런지 돈 1만원 쓰기가 아깝더라고요”라며 자신을 ‘짠 순이’라고 했다. 그는 그 흔한 명품 하나도 없다고 한다. “저희 옷만 몇 년 째 입어서 인지 돈도 돈이지만 저희 브랜드가 편해요. 또 품질도 떨어지지 않고요.”
장 대표는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얼마 전 남성 쇼핑몰을 오픈했다. 또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국내 대표 온·오프라인 쇼핑몰을 열 계획도 갖고 있다. “제 꿈은 ‘핑크바나나’를 브랜드화 시키는 거예요 아동복, 팬시, 속옷 등 길거리를 지나다니면서 저희 간판을 자주 보는 거랍니다.”
그의 몸에 밴 검소함, 타고난 부지런함 때문에 그가 꿈꾸는 쇼핑몰이 그리 멀지 않아보인다.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shk9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