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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KISS] 3초 줄이려 20년 역주 이봉주가 남긴 메시지

입력 | 2009-11-03 07:00:00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40)가 제90회 전국체전 남자일반부 마라톤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아쉬운 은퇴를 선언했다. 20년의 마라톤 선수생활을 통해 자기관리에 철저했던 그가 선택한 마지막 완주는 마치 한편의 시를 읽는 듯하였다. 이봉주는 자신이 1990년 처음으로 풀코스를 완주한 전국체전을 은퇴무대로 선택해 41번째 풀코스 완주를 아름답게 마무리 했다. 흡사 시에서 마지막 구절과 처음 구절을 동일하게 맺는 수미상관을 떠올리게 하며, 그의 마라톤 인생을 한층 강조함과 더불어 여운까지 남겼다.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을 앞두고 도약하려는 후배 육상선수들에게 그가 남기는 메시지를 살펴보자.
 
요즘 한국육상은 ‘비인기 종목’의 대명사처럼 일컬어지곤 한다. 과연 그럴까? 글로벌 시대이니만큼 세계 스포츠계부터 살펴보자. 단거리 선수 우사인 볼트, 장대높이뛰기 선수 이신바예바는 전 세계인을 흥분시켰으며, 그 인기는 우리나라 초등학생들까지 다 알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스포츠스타의 세계적 인지도에 대한 단편적인 예만으로도 육상종목의 국제적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한국육상은 늘 외면만 받아온 것일까? 한국육상의 자존심을 지켜온 마라톤을 들여다보자. 1936년 손기정 옹의 마라톤 금메달은 일제 식민 통치에서 고통 받던 우리민족의 자긍심을 드높여 주었고, 1992년 황영조는 너무나 드라마틱하게도 손기정 옹이 베를린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딴 바로 그날,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중장거리(5000m와 10000m) 선수였던 그가 페이스메이커로 우연히 마라톤에 첫 출전한 이후 2년만의 금메달 획득이었다고 한다. 당시 황영조는 박태환, 김연아에 버금가는 국민영웅이었다.

반면 마라톤 완주 41회라는 이봉주의 기록은 올림픽 금메달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세계 정상급 마라톤 선수 가운데 유래를 찾기 힘든 이 기록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 단 3초 차이로 아쉬운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던 그였기에 가능한 도전이었는지 모른다. 불혹인 나이의 그를 계속 달리게 만든 원동력은 바로 그 3초의 아쉬움 때문이지 않았을까? 2시간 10분대에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최대심폐지구력의 80∼90% 강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 힘든 과정을 20년 동안 묵묵히 자신과 싸워가며 그가 세운 2시간 8분 26초의 기록은 아직까지 한국 기록이다.
 
이봉주의 마라톤 인생은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국내 1위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록에 도전하는 모습을 스스로 실천해 보였다. 도약을 꿈꾸는 우리 육상계에 훌륭한 후배들도 많다. 멀리뛰기 정순옥이나 세단뛰기 김덕현을 비롯한 많은 선수들이 국내 무대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선수들이 세계 정상권으로 도약하기 위해 충분한 재정적 지원이나 여건 조성, 그리고 국민들의 열렬한 성원이 함께 해야 가능할 것이다.

박 세 정   KISS 연구원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마쳤으며 고혈압 등 성인병인자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운동처방에 관심이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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