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픽/톰 밴더빌트 지음·김민주 송희령 옮김/768쪽·2만9000원·김영사
○ 커뮤니케이션 불능 상황이 만드는 ‘나쁜 운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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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폐된 공간이 제공하는 익명성
차 안에는 전문가들이 ‘코 후비는 요인’이라고 부르는 비밀스러운 요인이 있다. 철과 유리로 단절된 차가 제공하는 익명성 때문이다. 상황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익명성은 공격성을 부추긴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아는 사람이 많은 자기 동네에서는 자동차 운행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운전자는 차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상황에도 빠진다. 운전자는 끼어들기를 굉장한 무례나 위협으로 받아들이지만 재미있게도 동승자는 운전자만큼 흥분하지 않는다.
○ 운전은 ‘과잉학습행동’
지루한 분위기에서 운전을 지속할 때 눈과 마음은 우리를 배신하곤 한다. 지난여름 당신이 지루한 고속도로에서 멍한 기분으로 운전했던 그때를 말하는 것이다. 눈동자 움직임이나 뇌파 탐지기로 실험한 결과 5명 중 1명은 아예 의식 없이 운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운전이 ‘과잉학습행동’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설명이다. 일단 기술을 익히고 그 이후로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하게 되는 행위라는 의미다. 사실 어떤 활동이든 과잉학습으로 숙달되면 다음부터는 살아가는 것이 훨씬 편한데 여기에 이런 맹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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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연구를 하다 인류가 발견한 재미있는 현상 중 하나는 서울 같은 대도시는 물론이고 아프리카 시골에서도 통근 시간은 1시간 안팎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통근자의 대부분은 1.1시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자동차 발명 이전의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이탈리아 물리학자 케사레 마르체티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일하러 가는 데 소요된 시간을 깊이 연구했는데 그 결과도 인간은 통근을 위해 1시간 정도를 할애하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이름 붙인 ‘동굴 본능’이라는 특성 때문에 인간은 이동의 욕구와 집에 머물려는 욕구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려 한다고 주장했다.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1시간 내외라는 것이다.
○ 10초의 호기심
저자는 세계 각지의 운전 환경과 원시사회 인간의 습성, 진화론을 넘나들며 ‘교통 심리학’을 풀어냈다. 읽다 보면 ‘인간이 어디 도로 위에서만 그렇던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 참, 저자는 꽉 막힌 도로에서 ‘옆 차선이 더 빨리 빠진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려면 후사경을 통해 자신의 뒤에 있는 차를 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고 조언한다. 조급함 대신 위안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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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나도 그렇지!(저자가 포착한 세계 운전자들의 공통된 습성)
△끼어들기를 당하면 혼잣말로 욕을 하거나 추월해 그 앞을 막는다. △막힌 도로에서 어느 차로가 빨리 빠지는지 보려고 옆 차로의 경쟁상대를 점찍어 둔다. △차 안에서는 코를 후비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등 마음대로 행동한다. △자신의 운전 실력은 운전자의 평균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신호를 기다리는 도중 옆 운전자가 쳐다보면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