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고 건조해져 어린이 천식환자 크게 늘어코막힘-재채기로 밤새 뒤척이면 알레르기 비염 의심
○ 잦은 기침에 쌕쌕거리며 호흡 어려워
특히 오전 2∼5시에 가장 심해 숙면을 방해한다. 실제로 전체 소아 천식환자의 62.5%가 야간 기침 증상으로 잠을 깬 적이 있고, 소아 천식환자의 62%에게서 수면 무호흡이나 저호흡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자녀가 천식을 앓고 있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다. 기침을 단순한 감기 증상으로 착각해 감기약 처방을 받기도 하고, 일시적인 호흡장애로 여기고 방치하기도 한다. 소아천식은 잘 관리하면 일상생활이나 생명에 지장이 없지만 조기에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성인천식으로 진행돼 만성질환으로 고생하게 된다.
국내에 출시된 천식 치료제에는 입으로 흡입하는 흡입스테로이드제와 류코트리엔제와 같은 먹는 약물이 있다. 흡입제가 기본 치료약이지만 흡입제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나 보조약제제로 경구치료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흡입제를 제대로 사용하기 어려운 어린 아이는 경구치료제로 쉽고 간편하게 치료할 수 있다.
아이가 밤늦게까지 맑은 콧물을 흘리거나 코 막힘, 재채기 증상으로 잠들기 어려워하면 알레르기 비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발작적인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코 가려움 증상 중 두 가지 이상이 나타나면 알레르기 비염일 가능성이 높다.
알레르기 비염은 코 점막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알레르겐에 민감하게 반응해 나타나는 염증 질환이다. 갑작스러운 온도변화, 찬 공기, 낮은 습도 같은 날씨에 영향을 받아 면역력이 약해지는 가을철 환절기에 주로 발생한다.
증상이 열흘 이내에 사라진다면 감기일 가능성이 높지만 1, 2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알레르기 비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알레르기 비염도 밤이면 증상이 더욱 심해져 아이의 수면을 방해한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63.2%는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천식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천식 환자 10명 중 8명은 알레르기 비염을 함께 앓고 있다. 또 알레르기 비염 환자 3명 중 1명은 천식을 동시에 앓는다. 천식, 알레르기 비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은 원인 물질을 피하는 이른바 ‘회피요법’과 환경 요인 조절, 약물 치료를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최근 ‘싱귤레어(MSD)’처럼 알레르기 비염과 천식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나오기도 했다.
○ 밤새 가려움증에 뒤척이는 고통
대표적인 어린이 질환인 아토피 피부염도 환절기에 더욱 악화된다. 아토피 피부염은 주로 가려움증(소양증)을 시작으로 염증, 각질, 피부 갈라짐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데 건조한 가을철에는 부쩍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아이가 늘고 정도도 심해진다.
간지럼증은 대개 초저녁이나 한밤중에 더욱 심해져 수면장애로 이어진다. 아토피 피부염 어린이 중 절반 정도인 48.7%의 어린이가 수면장애를 겪고 있으며, 겨우 잠든다 하더라도 숙면을 취하기가 힘들고, 잠결에 온몸을 심하게 긁어 상처에 진물과 피가 흐르고 딱지가 생기기도 한다.
아토피 피부염은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아 완치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환경적 요인, 유전적 소인, 면역학적 반응, 생활습관 같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나타나기 때문에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건조한 기후, 화학물질, 물리적 자극, 식품, 심리사회적 자극이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키는 주요 인자이므로 피부 보습을 잘해주며 표백제를 사용하지 않고 약한 세탁제제를 사용한다.
실내 환기와 더불어 침구류에 서식하는 집먼지 진드기를 제거하고, 인스턴트 음식보다는 자연식품을 섭취하는 식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는 특정 음식으로 인해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의사 진료 후 알레르기 유발 음식물을 밝혀낸 뒤 관련 음식을 제한하는 식단을 짜도록 한다. 정도에 따라 국소 또는 전신 스테로이드, 국소면역조절제, 전신 면역억제제, 항히스타민제 같은 약물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도움말=김영호 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신홍범 코모키수면센터 원장)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