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국은 198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대외원조 활동을 했다. 1987년에는 재무부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설치해 유상원조 활동을 시작했고 1991년에는 외무부의 산하기관으로 무상원조를 담당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설립해 기술협력과 인적교류 사업을 총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외원조는 특히 2000년대 들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민총소득(GNI)의 0.09%인 약 8억 달러의 대외원조를 제공했는데 5년 전인 2003년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원조규모, GNI 0.35%로 키워야
정부는 그동안 DAC 가입을 목표로 대외원조 정책을 꾸준히 선진화했다. 지금은 원조 금액의 70% 이상을 아시아 국가에 유상 또는 무상으로 원조하는데 앞으로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의 비중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특히 무상원조와 비연계성 원조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전체 대외원조 규모도 내년까지는 최소한 GNI의 0.1%로 높일 계획을 갖고 있다.
둘째, 대외원조 정책의 기본 방향을 유엔이 수립한 새천년개발목표(MDGs)에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MDGs야말로 국제사회가 광범위한 합의하에 매우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목표이다. 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이 실질적으로 국제적 책임을 수행하는 값진 경험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 MDGs를 지향하면 우리가 제공하는 대외원조의 상당 부분이 자연스럽게 빈곤 퇴치와 질병 치유 등 인도주의적인 목적을 위해 투입된다. 이를 통해 현재 양자 간 원조의 70% 정도밖에 안 되는 무상원조의 비중이 비교적 빨리 DAC 회원국의 평균인 90%에 근접한 수준으로 상향 조정될 것이다. 대외원조 정책을 선진화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셋째, 위에서처럼 국제사회의 대외원조 정책과 공조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가능하다면 우리나라의 독특한 개발원조 모형을 개발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한국 경제가 금세기에 최빈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한 유일한 성공사례라는 점을 감안하면 많은 관측가가 주장하듯이 우리나라의 경제개발 경험을 개도국의 실정에 맞게 변형하여 활용하도록 도와주는 지식공유사업(KSP)은 한국형 개발원조 모형의 중요한 요체가 될 수 있다.
대외원조청 설립 검토해 볼 만
무엇보다도 대외원조 정책 체계를 시급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무상원조는 외교통상부 산하의 KOICA가, 유상원조는 기획재정부 산하의 수출입은행이 담당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현재의 분리된 대외원조 운영체계를 통합하여 정책의 통일성과 일관성을 꾀할 필요가 있다. 정부 부처가 서로 다른 목표를 추구하면 그만큼 대외원조의 효과가 반감된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유상 및 무상원조를 한 기관이 통합해 담당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부처 이기주의가 작용하지 않도록 되도록 독립된 새로운 기관(가칭 ‘대외원조청’)을 설립하는 방법을 심도 있게 고려해 봐야 한다.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한국EU학회 회장